전문가들 "타 부처보다 성과 돋보여…금융산업 도구화는 아쉬워"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8일 취임 2주년을 맞이했다.

전문가들은 최 위원장의 가계부채 관리 능력과 혁신금융에 대한 성과를 가장 높게 평가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철학에 충실하다 보니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위원장이 어려운 금융환경에도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가 취임할 당시만 해도 국내외 금리상승과 미·중 무역분쟁, 가상통화 논란 등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가계부채는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인 5.8%까지 떨어졌다. 취임 후 한 달 만에 발표한 '8.2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시작으로 신(新)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 등이 도입되며 가시적인 효과를 냈다.

금리상승 리스크 경감형 주택담보대출과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연체 가산금리 인하, 신(新) 잔액 기준 코픽스 도입 등 금리 변동에 앞서 대비하는 정책들도 눈길을 끌었다.

최근 국내외 경기 둔화로 한동안 치솟던 금리가 하향 곡선을 그리며 금융당국이 선제로 마련한 취약차주 관련 방안이 효과가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시장 상황은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시점 기준으로만 정책의 공과를 판단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여러 가지 대내외 충격에도 시장이 안정되다 보니 다른 부처에 비교해 성과가 두드러졌다"며 "주어진 여건하에서는 가계부채를 크게 줄이고 부동산 가격도 안정된 측면에서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혁신금융에 대한 평가도 후하다.

'생산적 금융' 이란 이름 아래 금융 공공기관 연대보증 폐지, 청년 창업 인프라 조성,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코스닥과 코넥스 시장 활성화 방안 모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특히 가계대출에 의존하는 제도권 금융의 안일한 보신주의를 질책하며 기업, 특히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에 자금이 공급되도록 자본규제를 개편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부동산이 아닌 특허권, 재고 자산으로도 대출이 가능토록 한 동산 담보대출도 금융권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최근 예금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꾸준히 증가하며 700조원에 육박했고, 동산 담보대출 공급 규모도 일 년 새 4배나 급증했다.

그밖에 국내에서 논의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실시한 금융그룹 감독제도와 각종 회계개혁 이슈,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선 등도 눈에 띄는 성과로 손꼽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시장의 원칙에 적합한 정책들이 많았다"며 "경제주체 별 위험관리 측면에서 잘 접근했다"고 말했다.

혁신의 또 다른 키워드인 핀테크 관련 정책들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37건의 혁신금융서비스가 지정되며 규제 샌드박스가 성과를 냈고,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 대출과 비대면 거래를 선도하며 은행권의 경쟁을 촉발한 것도 큰 변화였다.

다만 은산분리 등 정치·법적 이슈가 맞물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규모의 성장을 하지 못했다는 점,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할만한 환경적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았다.

은행 등 기존 금융을 정부의 정책을 실천하는 도구로 활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제시된 100대 공약에도 금융산업 발전과 관련한 이슈가 너무 없었다"며 "현 정부의 철학에 충실해 성과를 냈지만, 금융을 도구화하고 수단으로만 강조한 면도 있다. 금융산업 자체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은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최 위원장은 임기 내 유난히 현장 행보가 많았다. 특히 혁신금융과 관련한 곳은 빼놓지 않고 직접 찾았다. 금융권에선 이를 꽤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지난 5일 간담회에서 '코끼리의 작은 말뚝' 이야기를 재차 꺼냈다. 2년 전 금융위에 오던 첫날 취임사에도 담았던 내용이다. 어린 코끼리의 발을 말뚝에 묶어두면 도망갈 수 없다는 사실에 익숙해져 어른이 돼서도 스스로 도망가기를 포기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어느 금융 관료보다도 현장에서 많이 뵌 분"이라며 "먼저 농담을 건네고 작은 이야기까지 모두 들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관료도 달라지는데 금융도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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