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대마불사(大馬不死:Too big to fail)'라지만, 그 대마가 죽는 경우를 목격해 온 것도 현실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그 큰, 세계 유수의 은행들이 쓰러질지 누가 알았을까.

대마는 잘 나갈 때야 시장을 쥐고 흔드는 큰 손이지만, 맹목적이고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으로만 유지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하는 관리의 대상이라는 것을, 이미 10년 전 세계 금융 시장은 절실하게 체득했다.

기존의 강자가 자리를 비우면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는 게 당연하다.

미국의 은행들이 무너지고 난 뒤 10년 동안 금융시장에는 아주 다른 곳에서 새로운 대마가 탄생했다. 바로 인덱스펀드다.

지난달 미국 국가경제연구원(NBER)에 실린 한 연구보고서는 새로운 대마로 인덱스펀드, 특히 인덱스펀드 선두 3곳을 지목했으며 이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버드 로스쿨의 루시안 베브척 교수와 보스턴 대학의 스콧 허스트 교수는 '자이언트 3의 망령'이라는 보고서에서 "현재 3개의 인덱스펀드 매니저가 미국의 상장기업 지분을 장악하고 있고, 앞으로 이들의 지배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의 '자이언트 3', 현재 '빅 3'는 크고 꾸준하고, 지속해서 성장한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를 말한다.

빅 3는 현재 S&P 500 기업의 평균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거의 4배로 늘었다.

보고서는 "인덱스 펀드는 계속 성장할 것이고 대부분의 중요한 상장기업의 의결권은 미래의 자이언트 3에 의해 지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빅 3 집중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상위 50개가 관리하는 돈은 1조8천억 달러다. 이 50개 대형 펀드 가운데 7% 만이 빅 3 외의 다른 곳에서 운용된다.

지난 10년 동안 투자펀드로 유입된 자산의 82% 이상이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빅3로 들어갔다. 3조 달러가 넘는다. 특히 자금 유입세는 지난 10년 가운데 후반 5년에 강해졌다.

인덱스 펀드매니저 셋의 세상인 셈이다.

앞으로도 이들에 의한 통제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관투자가는 개인보다 기업의 각종 현안을 결정하는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무시할 수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빅 3가 소유한 주식이 각 기업의 의사 결정에서 활용된 비율은 평균 25%에 달했다. 그 영향력이 향후 10년 동안 약 34%까지, 20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41%까지 증가할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펀드가 수조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커진 것은 가장 중요한 경제적 발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저비용 투자 붐도 일으켰다.

1970년대 중반 최초의 인덱스펀드를 만든 '인덱스의 아버지' 존 보글 뱅가드 설립자는 인덱스펀드의 성공이 현대 금융 역사상 최고의 혁신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지수를 추종하는 이런 인덱스펀드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은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만들어냈다. 너무 커졌고, 커진 시장에서 선택받은 소수에게 너무 많이 집중됐다.

보글은 "인덱스펀드가 기업 지분의 50% 이상을 갖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덱스펀드가 기업 지배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 또 소수의 인덱스펀드에 의해 의결권이 통제될 정도로 힘이 실릴 수 있다. 나는 그런 집중이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보글은 이런 집중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기관투자자들에게 많은 의결권을 맡겨두는 것이 꼭 위험하지만은 않다고도 항변했다.

보고서는 "빅 3의 힘이 막강해지면서 주주로서 기업 경영자들에 대한 점검이 불충분할 수 있다"며 "시장 감시자나 정책 당국은 이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이 한곳에 모이면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대마도 관리의 대상이라는 것을 최근 10년간 몸소 익혀왔던 자본시장이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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