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국내 선물업계가 실적 부진으로 소수만 살아남은 가운데 미국계 선물사가 국내 라이선스를 신청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일 미국계 선물사인 알제이오브라이언리미티드 서울지점(가칭,RJ O'Brien Limited)의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승인했다. 향후 6개월 이내 법률상의 요건을 갖추게 되면 본인가 절차를 밟게 된다.

이 회사는 미국 시카고에서 1914년에 선물 관련 영업을 시작한 곳으로 이번 예비인가 신청은 한국지점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당국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회사가 신청한 업무 단위는 전문투자자에 대한 장내파생상품이다. 국내에서 장내파생상품 관련 영업을 주로 하고 있는 외국계 선물사는 싱가포르계인 UOB(United Overseas Bank)선물 한국지점 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계 선물사의 국내 진출 배경으로 점점 늘고 있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규모를 꼽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선물사가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장내파생상품 브로커리지 업무를 주로 맡음으로써 영업기반을 늘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국내 선물사 관계자는 "알제이오브라이언은 해외 리테일 비즈니스에서도 IB를 통해 영업을 많이 해왔고, 국내에서 이미 해외선물 FCM(선물거래중개회사)으로 들어와있다"며 "앞으로 영업방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개인투자자 영업은 간접적으로 해오던 만큼 국내에서도 주로 기관 중심의 영업을 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낮지만 국내 파생상품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 비용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개인 전문투자자 대상의 영업도 열려있는 상태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규제가 완화되면서 시장 활성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말 '파생상품 시장 발전방안'을 내놓으면서 개인 전문투자자 기본예탁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종전에 개인 전문투자자들이 선물 거래를 하려면 500만~1천500만원의 예탁금이 필요했고, 파생상품 교육도 사전에 20시간 가까이 받아야 했지만 대폭 완화했다.

기관투자자의 파생상품 거래시 해외거래보다 높게 책정돼 있던 위험관리 증거금도 줄였다.

아울러 앞으로 선물사들은 파생상품 전문 사모펀드 운용업도 겸영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장내파생상품 시장도 거래가 늘었다.

지난해 코스닥150선물 외국인 일평균거래대금은 2천935억원으로 2017년 207억원 대비 13.2배 증가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장내파생상품 거래량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장내파생상품은 주로 유로스탁50, 미니S&P500, 원유(WTI, Brent 등), 금, 은, 통화선물 등을 말한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국내 개인, 법인, 증권사 등의 해외 장내파생상품 거래량은 2017년에 4천510만계약이었는데 이는 2011년 1천100만 계약 수준에서 4배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개인투자자의 국내시장 대비 해외시장 거래량 비중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7년에 4.4%로 2011년 0.2%에 비하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해외 장내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거래 금액도 지난해 1분기 기준 7천억달러에 달했다. 2017년에는 1조8천억달러로 이 역시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럼에도 장내 파생상품 중개가 가능한 국내 선물사는 4개사에 그친다. 증권사는 10개사 정도지만 선물사는 삼성선물, NH투자선물, 유진선물, 하이투자선물 뿐이다.

증권업계는 미국계 선물사의 국내 진출이 다시금 국내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한 증시 관계자는 "국내 파생상품시장에 투자하기보다 미국 통화선물 등 장내파생상품 거래를 늘리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의 물량을 타깃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투자자가 해외 파생상품거래를 하려면 반드시 국내 투자중개업 라이선스를 가진 곳을 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시 투자자도 "국내 선물 영업보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선물거래에 눈독을 들일 것"이라며 "선물사들의 경우 브로커리지 수익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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