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높아진 대내외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7월 기준금리를 1.50%로 25bp 인하하기로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통화정책 회의가 줄줄이 예정된 상황이지만 한은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하방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은은 18일 열린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인하했다. 지난해 11월 1.75%로 인상한 후 8개월 만에 금리 인하로 돌아섰다.

◇올해 2.2% 성장, 잠재성장률 밑돌아…경기 둔화·불확실성 대응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에서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반도체 경기 조정 및 수출 부진이 예상보다 심화하면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이 총재가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며 금리 인하 시그널을 제시한 후 실제로 금리 인하까지 걸린 시간은 약 한 달이다.

이날 한은은 수정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일부 포함됐다.

추경이 없었다면 성장률은 이보다도 더 낮아질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5~2.6%로 전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이보다 낮아서 통화 완화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낮은 인플레이션도 한은의 금리 인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가 0.7% 상승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금리를 전격 인하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의 무역 제재가 한국에 미칠 부정적 파장이다.

일본이 한국을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하는 국가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 총재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현실화하고, 경우에 따라 더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다"며 "전개 상황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해결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통화 완화 기조도 결정에 한 몫…ECB·Fed 모두 완화로 돌아서

글로벌 중앙은행은 일제히 통화 완화 기조로 돌아섰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 6월과 7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25bp씩 인하했다. 현재 RBA 기준금리는 1.00%다.

다음 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와 7월 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주요 선진국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돼있다.

ECB 회의록에서는 대부분 위원이 새로운 부양책 투입 준비에 동의한다면서 신규 부양책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융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이달 FOMC 금리 인하 시그널로 해석하면서 이달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현재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글로벌 통화 완화 기조가 확실시된 만큼 한은이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하는 데 부담을 덜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효 하한 높아도 정책 여력 있어…시장과 소통 강화"

이 총재는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실효 하한이 선진국보다 높다고 말했다. 정책 여력이 선진국처럼 많지는 않다고 밝힌 셈이다.

하지만 그는 한 번의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당장 실효 하한에 근접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정책 여력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실효 하한에 대한 고민은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의 공통적인 고민이라고 이 총재는 말했다.

공급 충격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려면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하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여력이 과거처럼 충분하지 않다며,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여전히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중립금리와 신용공급, 서베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성장률과 물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하 효과는 과거보다는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향후 경기상황과 금통위의 견해 등 통화정책 방향에 관해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한 두 달 동안 경제 여건이 빠르게 변한 측면이 있어서 시장과 충분히 교감할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이지만, 미리 알릴 필요가 있을 땐 좀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총재는 금융시장이 연내 두 번 인하를 이미 가격에 반영한 것과 관련해 "추가 인하 여부는 정책 효과 반응을 보고 통화정책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변수 등을 보면서 적합한 판단을 하겠다"며 "시장과의 인식 갭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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