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강수지 기자 = "용돈 많이 받아서 소풍 갔다가 동네 큰 형들한테 다 뺏기고 두들겨 맞은 느낌입니다"

18일 달러-원 환율이 비둘기파적인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를 확인한 후 오히려 미끄러지자 서울외환시장의 소위 '롱돌이' 외환딜러는 이렇게 심경을 표현했다.

장 초반 롱 심리의 득세 속에 1,184.50원까지 빠르게 반등하던 달러-원 환율은 외환 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매도세에 상단이 막혔고 이후 롱스톱이 쏟아져 낙폭을 키웠다.

장중 흐름을 보면 오전 10시경 기준금리 인하 결정 직후 장중 고점 1,184.50원까지 높아졌으나 반락했고 기자간담회 이후 추가적인 롱스톱이 나오면서 장중 저점은 1,175.00원까지 내려섰다.

변동폭 기준으로는 10원가량 벌어진 상황이다.

금통위 이후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 내용은 상당히 비둘기파적이었다.

특히 이 총재가 정책 여력 관련 언급을 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기대는 더욱 커졌다.

이 총재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 경우에는 실효 하한이 선진국보단 높을 수 있고 이번에 기준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그만큼 정책 여력도 축소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한 번의 금리 인하로 당장 기준금리가 실효 하한에 근접하게 된 건 아니기 때문에 한은이 어느 정도 정책 여력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발 경계가 두드러지면서 롱플레이는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기자간담회 내용이 상당한 달러-원 상승 재료였다고 보면서도 당국발 경계를 주시했다.

A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기자간담회 내용상 상승 재료였는데 오히려 개입에 막히면서 롱스탑이 나왔다"며 "당국이 강하게 달러-원 상단을 눌러놓은 상태라 막판에 낙폭을 좀 줄이며 1,170원대 후반에서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총재가 정책 여력을 언급하는 등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했다"면서도 "달러-원이 워낙 밀리다 보니 기자간담회 영향보다는 장 후반부 숏커버와 저가 매수가 나오며 낙폭을 소폭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B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이 총재가 정책 여력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추가 인하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라며 "지난 5월 금통위만 해도 여력이 많지 않다고 말했는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려는 모양새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총재가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쪽으로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한 만큼 시장에서는 오는 11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타진해볼 듯"이라면서 "추가 인하 가능성에도 당국발 경계가 워낙 강하다 보니 롱스탑 물량이 나오며 낙폭을 키웠다"고 덧붙였다.

달러-원 변동폭으로 보면 10원가량 벌어진 만큼 오후 들어 1,175원 선에선 지지력이 나타나고 있다.

롱스톱이 대거 소화된 가운데 장 후반 낙폭 축소 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C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금리 인하만 봤을 때는 달러-원이 오를 재료였고 이 총재 발언도 매파적이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있었고 달러-원은 한번 올랐다가 조정되면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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