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저금리와 불확실성 속에 고액 자산가들이 먼저 발을 내디디고 있다. 금융회사 PB들이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달러 편입을 열심히 권유하기 시작한 데다,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하게)' 등장한 리디노미네이션(화폐 개혁) 가능성도 금과 달러 수요를 부추긴다는 진단이다. 이자율이 높은 데다 안전성도 좋은 자산이 아무래도 '러브 콜'을 받는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외화 보험에 대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내놓은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개인의 달러 자산 선호 현상이 있다. 16년 전 외화 보험 첫 등장 후 계약된 총 13만5천 건의 달러 보험 중 5만 건이 최근 1년간에 체결됐다고 한다. 이 기간 가입자가 달러로 낸 보험료 환산액은 약 8천억 원에 달한다. 방카슈랑스와 보험사의 적극적인 영업이 지속해 달러 보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기관투자자의 외화 자산 선호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서 거주자의 해외 자산을 보여주는 대외금융자산은 올해 들어 1분기에만 500억 달러(59조 원) 증가했다. 다행인 점은 외국인의 국고채 투자가 지속하는 등 외국 자본이 빠르게 유출될 조짐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약 6조원가량의 원화 채권을 순투자했다.



전 세계 환율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고 하지만 오히려 주요 중앙은행이 동시에 자국 통화 약세를 시도한다면 해외 외환시장은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달러 약세를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 중이며, 수장이 바뀔 유럽중앙은행(ECB)도 완화로 대응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30년 만에 가장 나쁜 성장률 성적표를 받은 중국이 가만있겠는가.



문제는 해외 여건이 어떻든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이 원화 값을 비싸게 지탱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는 점이다. 반도체 수출이 10년 만에 최대폭 감소한 데다 올해 들어 5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도 28% 감소했다. 연준 바라기 한국은행마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했다. 일본의 무역 훼방이 가세했지만, 국회는 추경안 통과를 미루고 아직 공전 중이다. 하나라도 바뀌어야 한다. 안 그러면 현 상황 지속이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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