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박유경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 책임투자부문 헤드(이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오히려 독립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시장과 기업의 감시를 늘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산운용사의 독립성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보다 부족하다고 봤다. 이 때문에 박유경 이사는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박유경 APG 이사는 1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 문제를 논의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하지만 이 방안으로는 국민연금 독립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그런 사고방식(mindset)을 없애는 게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오히려 독립적"이라며 "시장과 기업의 감시를 늘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유경 이사는 "반면 자산운용사는 전화 한 통이면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박 이사는 최근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위탁운용사 독립성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달 5일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위탁운용사에 권한을 위임해 위탁운영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향후 공청회를 열어 국민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오는 9월까지는 최종안을 확정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유경 이사는 일본 사례를 꺼냈다. 박 이사는 "일본 공적연금(GPIF)은 주식 100%를 운용사에 위탁한다"면서 "운용사가 주식을 운용하고 의결권도 행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일본 GPIF는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내역을 모니터링한다"며 "중요한 사안은 갖고 오라 해서 면밀히 검토한다"고 했다.

박유경 이사는 "국민연금이 운용사에 의결권을 위탁해도 일본 GPIF처럼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또 아시아에서 일본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잘 된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에서 금융당국이 스튜어드십 코드 서명기관을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서명기관을 관리하지 않는다"며 "그 결과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유경 이사는 "한국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기관을 관리하고 있다"며 "이 부분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금융위원회가 스튜어드십 코드 서명기관을 관리하면 관리·감독기능이 강화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이사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한국이 변곡점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를 잘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박유경 이사는 "그렇지 않으면 스튜어드십 코드가 잘 안 될 수도 있다"며 "지금은 중요한 국면"이라고 판단했다.





<박유경 APG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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