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금융위기 이후 막대하게 쏟아부은 대규모 부양책은 글로벌 경기 회복을 이끌었다.

그리고 10여년. 곳곳에서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신호들이 이어지면서 유동성에 깃댄 지금의 확장기가 조만간 종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비단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전 세계적 추세로 여겨지면서 글로벌 리세션 (recession) 공포가 다시 엄습하고 있다.



◇ 글로벌 리세션 10여년 만에 도래 임박

글로벌 리세션은 경기침체 징후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구체적인 수치로 정의되지 않는다.

통상 한 나라의 리세션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두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정의되지만, 글로벌 관점에서는 환율과 구매력, 후진국의 고성장률 등이 포함돼 단일 수치로 정의하기 힘든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글로벌 성장률이 2%를 밑돌 경우를 리세션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국내총생산(GDP) 축소는 물론 무역, 자본 흐름, 고용 등과 같은 거시경제적 지표도 동반 악화하는 경우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MF에 따르면 전 세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총 네 차례 글로벌 리세션을 경험했으며, 이는 1975년, 1982년, 1991년, 2009년에 나타났다.

IMF는 지난 4월 올해 전 세계 성장률을 3.3%로 하향 조정하면서 "세계 경제가 민감한 순간에 있다"며 올해 전 세계 국가의 70%가 경기 둔화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 세계 성장률 3.3%는 아직 리세션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세계 경제 강대국인 미국 경제가 리세션에 빠지는 경우 통상 글로벌 리세션이 동반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리세션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


 

<항구에서 수출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들>

◇ 리세션 미국이 주도…전문가 60% 2020년 위험

미국의 리세션 위험은 통상 리세션 징후로 해석되는 3개월물 국채 금리와 10년물 국채금리 간 역전이 나타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3개월-10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0.259%포인트로 2007년 5월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통상 금리 역전이 4주 연속 지속할 경우 향후 18개월 안에 리세션이 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리세션 공포는 미국 경제가 역대 최장의 확장기를 구가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확장기가 과거 경험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경제는 이달로 121개월간의 확장기를 구가하며 역대 최장의 경기 확장 기록을 세웠다. 이전 최장 기록은 1991년 3월부터 2001년 3월까지 이어진 120개월간이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6월 초 5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내년 말까지 미국 경제가 리세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의 확장기가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경고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이 경기침체를 맞을 수 있는 요인으로 무역전쟁을 꼽으면서, 미국이 중국과 멕시코산 수입품 전체와 전체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긴다면 내년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 중국도 1992년래 최저…유럽도 불안

글로벌 리세션 위험은 미·중 무역전쟁 우려로 세계 경제 엔진 중국의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커지고 있다.

중국은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은 6.2%를 기록해 199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만약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의 성장률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로존은 중국 수출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독일의 성장률이 크게 악화할 기미를 보이면서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앞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인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 올해 1.2%로 예상했다. 올해 이탈리아와 독일의 성장률 전망치는 0.1%와 0.5%로 예상했다.

독일의 경우 이달 초 나온 지난 5월 제조업 수주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줄어들면서 리세션 공포가 커졌다.

경제 연구그룹 센틱스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올해 독일 경제의 리세션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역시 브렉시트 우려로 침체에 들어설 위험이 커졌다는 경고가 나왔다.

레졸루션 파운데이션(RF)은 이달 영국의 리세션 위험이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분기 성장률이 2분기에 제로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1분기 성장률은 0.5%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모습>

◇ 글로벌 제조업 지표 악화…무역전쟁이 심화

글로벌 경기가 동시에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IHS 마킷의 6월 글로벌 제조업 PMI는 49.4로 2개월 연속 50을 하회했다. 지표가 50을 밑돌면 제조업 경기가 위축 국면임을 시사한다.

이번 지표는 2012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다.

조사 대상 30개국 중에서 중국, 일본, 독일, 영국 등 18개국의 PMI가 50을 밑도는 위축 국면임이 확인됐다. 미국은 50.5로 50을 웃돌았지만, 2009년 9월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제조업 PMI 부진은 산업생산과 기업투자, 고용, 소매판매 등 다양한 실물지표의 선행지표 격이라 경기 전반의 부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될 경우 제조업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하방압력이 한층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체탄 아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되지 않고 미국이 3천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세 분기 내에 세계 경제는 글로벌 리세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PMI 50 이하로 추락 : JP모건/IHS 마킷 홈페이지>

◇ 생산성 저하·고령화로 저성장 '뉴노멀'

전 세계가 다시 리세션으로 돌아서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투입된 막대한 자금이 불확실성과 고령화 등으로 투자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금융위기 이후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 등 구조적 원인으로 '저금리와 저물가, 저성장'으로 대변되는 '뉴 노멀' 시대가 굳어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존 퍼널드 선임 리서치 자문과 휘유 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6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장기 성장률 전망치를 1.5~1.75%로 제시했다.

이들은 저성장의 원인을 인구 구조의 변화로 노동인구가 빠르게 줄고,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1970년대 이후 노동 참여율은 생산가능인구(16~64세)의 빠른 감소로 동반 하락했다. 여성의 출산율이 하락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또 노동생산성을 보여주는 시간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995년~2004년 2.5% 수준에서 2010년~2018년에는 0.5%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노동생산성 저하는 기술발전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퍼널드와 리 연구원은 리세션 이후 투자 없는 수요 회복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이러한 저성장 추세 속에 무역전쟁과 같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리세션 위험이 증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핌코의 요아힘 펠스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다음 침체를 가져올 6가지 요인으로 중국의 경기 악화, 포퓰리즘 정치, 인구구조의 변화, 기술 발전, 기후변화, 금융시장의 변동성 등을 꼽았다.

 

<미국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 샌프란시스코 연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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