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이 수익 부진과 브렉시트, 기술 개발 등에 따라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트레이딩 분야의 인원 감축이 수익 부진의 타개책으로 지목되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트레이딩 등 도매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은 앞으로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 쏟아지는 인원 구조조정안

글로벌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강력하고 공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곳은 도이체방크다. 이 은행은 경영 부진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1만8천여명을 정리해고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정규직 직원 5명 중 1명을 감원하는 꼴이다.

구조조정 발표 직후 런던에서만 도이체 직원 수십 명이 짐을 싼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에 대해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수천 명이 해고된 당시 상황을 연상케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도이체 런던 본부의 전체 감원 규모는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도이체는 전면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전 세계 주식 세일즈와 트레이딩 사업부에서 철수하고, 투자은행 부문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채권 부문의 금리 파트 사업에 배정된 위험가중자산(RWA)도 40%나 축소하면서 인원을 크게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GettyImages>

골드만삭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뉴욕주 노동부에 제출된 문건에 따르면 이 은행은 100여명의 직원에게 최근 해고 통보를 내렸다. 골드만은 1분기 실적 저조에 따라 세일즈 및 트레이딩 부서 인력을 5%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1분기에만 직원의 보수 지급을 위한 적립금을 32억6천만달러로 약 20% 줄였다. 이는 1분기 매출 가운데 직원이 가져갈 몫이 크게 작아졌다는 의미다.

다른 대형 IB인 모건스탠리도 채권 트레이더 등이 포함된 기관상품그룹의 급여 비용을 이번 1분기 들어 16%나 줄였다.

노무라도 지난 수 분기 동안 손실을 기록한 미국 사업부 등 글로벌 사업부에 100여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BI는 예상했다. 특히, 주식과 채권, 외환 트레이딩과 관련한 부서가 중심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 "트레이더 네 명, 엔지니어 한 명으로 대체"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부터 보수를 줄이던 IB가 최근 자동화와 전자 거래 등의 보편화로 직원 숫자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본적으로는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 악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며 고객 활동량도 크게 떨어졌고, 이는 고스란히 채권 등의 트레이딩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주요 기관들은 최근 트레이딩 데스크를 비롯해 주요 사업 부문에 인공지능(AI)과 자동화 등의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IB들은 대체로 소매 은행 영역에서는 이미 기계나 컴퓨터 등의 작업 대체가 일정 수준 진행됐지만, 도매 시장의 영역은 이제 본격적인 변화를 앞둔 것으로 진단됐다.

당초 골드만삭스가 인공지능인 '켄쇼'를 활용해 주식 트레이더 숫자를 급격히 줄인 데 이어 다른 은행들도 발 빠르게 AI와 IT 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AI는 주식, 채권, 외환 등에 대한 투자 결정뿐 아니라 대출 승인, 자산 배분, 금융 컨설팅 등 주요 의사 결정까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골드만의 마틴 차베즈 CFO는 심포지엄 발표를 통해 "골드만은 이미 외환 트레이딩에 대해 자동화를 시작했다"며 "네 명의 트레이더가 한 명의 컴퓨터 엔지니어로 대체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버드대 콘퍼런스에서는 "골드만 직원의 3분의 1인 9천명가량이 컴퓨터 엔지니어"라고 강조했다.

AI는 비용 절감, 생산성 증대, 리스크 감소, 맞춤 서비스 강화, 신규 사업 모델 개발 등 금융 산업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알고리즘을 통한 트레이딩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금융기관의 인원 감축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진단됐다.

IHS마킷의 라지브 비스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합인포맥스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핀테크는 전통적인 IB의 사업 모델을 격변하는 주요 요인"이라며 "트레이딩 분야에서도 신기술에 따른 자동화 범위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 딜로이트의 패트릭 로런트 파트너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는 금융업계에서 업무 효율성에 관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사업상의 이점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훨씬 넘어서는 차원"이라며 "고급 전문 인력과 고가의 장비 활용도를 키우고 의사 결정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다비드 헤 연구원은 골드만삭스 사례를 언급하며 "글로벌 기관들은 점차 퀀트 조직을 늘리는 동시에 AI 숙련도 등 기술직의 자격 요건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자료: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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