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금융권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고객 1천만명 돌파가 화젯거리로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카카오뱅크의 빠른 성장 속도에 놀라워하며 "이렇게 빨리 시장에 안착할지는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고객 1천만명을 모은 것은 기존 시중은행들이 보더라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카카오뱅크의 놀라운 성장세는 해외 인터넷은행과 비교하면 더욱 자명해진다.

고객 1천만명은 모바일은행 원조로 불리는 유럽과 일본의 주요 인터넷은행도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다. 시장 규모가 비교가 안 되는 중국의 위뱅크(1억1천400만명)를 제외하면 글로벌 인터넷은행 중에서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가 가장 많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성과를 기념하기 위한 날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모두 울상이 됐다. 고객 1천만명 달성을 자축하는 뜻으로 준비한 '천만위크' 이벤트가 시작부터 삐걱거린 탓이다.

이벤트 첫날인 22일 오전 11시부터 카카오뱅크는 선착순으로 연 5% 정기예금 특판 상품을 팔았다. 100억원 한도가 1초 만에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지만, 순간적으로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카카오뱅크 모바일 앱은 오전 11시부터 약 41분 동안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회사 측은 "앱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아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이미 이용자들의 불만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파만파 퍼진 뒤였다.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이후 전산 장애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접속오류가 뼈아픈 이유는 카카오뱅크 앱 자체 문제로 발생한 첫 번째 사고였기 때문이다.

모든 금융서비스가 모바일 앱에서만 이뤄지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오프라인 지점과 금융자동화기(ATM), 인터넷뱅킹 등 다양한 영업채널을 갖춘 시중은행보다는 전산 장애가 훨씬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행의 전산 장애는 시중은행으로 치면 사실상 모든 영업점을 한꺼번에 폐쇄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벤트가 1초 만에 조기 종료된 탓에 일부 누리꾼들은 대상자를 미리 정해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고객 1천만명이란 금자탑에 보답하기 위해 기획된 이벤트가 소비자 불만만 부추긴 셈이다.

대다수 금융권 관계자들이 처음부터 카카오뱅크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한 이유도 이런 리스크관리의 취약성 때문이었다. 100억원 한도의 정기예금 이벤트 하나로 모바일 앱이 41분간 멈추는 인터넷은행을 신뢰할 고객은 많지 않다.

카카오뱅크는 이번에 리스크관리에 작지 않은 틈을 보였다. 앞으로는 카카오뱅크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접속 증가로 인해…"란 해명과 함께 한꺼번에 영업점을 폐쇄하는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기대한다. (정책금융부 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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