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투자자산을 다변화해 수익률을 높인다.

그동안 건강보험공단은 안정성과 유동성이 높은 정기예금과 채권 관련 상품에 주로 투자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로 재정 지출이 증가해 투자자산을 다변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저금리 기조와 고령화 시대에 지금 같은 투자로 수익률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 건강보험공단, 채권, 주식형펀드, 대체투자 등으로 투자 확대

2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건강보험공단은 누적 적립금 20조5천955억원을 다양한 금융상품군에 투자하고 있다.

금융상품군별 비중은 정기예금 28.3%, 금융채권 21.3%, 특정금전신탁 20.6%, 머니마켓펀드(MMF) 12.8%, 채권형펀드 7.3%, 양도성예금증서(CD) 5.0%, 절대수익추구형펀드 1.9%, 저축성예금(MMDA) 1.5%, MMF 예치금 0.9%, 매칭형펀드 0.4% 등이다.

금융채권은 중소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발행한 채권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재정관리실의 자금운용부에서 자금을 운용한다. 재정관리실의 재정기획부에서는 리스크관리와 자금운용 성과평가를 담당한다.

또 자금운용과 관련된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전문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전문위원회는 자금운용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자금운용성과평가위원회 등이다.

향후 건강보험공단은 기존의 확정금리형과 실적배당형 등 투자상품별 자금운용에서 채권, 주식형펀드, 대체투자 등의 자산군별 투자방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임기 2년의 자금운용위원회 위원들도 이 같은 계획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위원들은 방문규 전 보건복지부 차관,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신근식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대표, 신언성 효성중공업 사외이사 등이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은 운용역도 증원할 계획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아직 인원 수 등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 '문재인 케어'로 재정 지출 증가…저금리·고령화도 부담 요인

이처럼 건강보험공단이 투자자산 다변화에 나선 것은 '문재인 케어'로 재정 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7년 8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미용·성형·건강검진 등을 제외한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 적용·확대 ▲선택진료의사, 선택진료비 폐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등이다.

'문재인 케어'의 영향 등으로 건강보험공단의 누적수지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 1분기 건강보험공단의 현금 포괄손익계산서에서도 드러났다.

올 1분기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수지 차는 마이너스(-) 3천94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1천204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건강보험공단 누적수지도 점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누적수지는 올해 17조4천319억원, 내년 14조7천44억원, 2021년 13조6천365억원, 2022년 11조9천488억원, 2023년 11조80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보험료율 인상, 정부 지원, 투자자산 다변화 등으로 재정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재정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저금리 기조가 예상되는 점도 건강보험공단이 투자자산 다변화에 나선 이유로 지목된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1.75%에서 1.50%로 하락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후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정책 여력이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최근 통화완화 기조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은 정기예금과 채권 관련 상품을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하면 수익률을 높이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로 재정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건강보험공단 입장에서 부담 요인이다.

실제로 의료비 부담 능력은 취약하면서 의료수요가 큰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65세 이상 치매노인은 2016년 68만5천명, 2020년 84만명, 2023년 98만3천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75세 이상 후기고령노인은 2017년 310만명, 2020년 348만명, 2030년 532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안정성과 유동성에 기반을 두고 공공성의 가치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익성을 추구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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