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쿠팡이 국내 유통시장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유통 패러다임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쿠팡은 그 중심에 서 있다.

그간 국내 유통시장을 이끌었던 대형마트들을 적자 수렁으로 몰고가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쿠팡도 적자 상황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유통업계 전체가 공멸의 치키게임으로 내몰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史 다시 쓰는 쿠팡…대기업도 사업 재편

23일 기업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쿠팡 거래액은 지난해(7조8천억원) 대비 65% 급증한 12조~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에서는 올해 매출이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마트의 한 해 매출에 맞먹는 규모다.

신선식품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인 '로켓와우' 등을 통한 충성고객이 늘고, 신선식품을 새벽에 배송해 주는 '로켓프레시',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해주는 '쿠팡이츠'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배송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받을 수 있고, 무료 배송과 편리한 반품까지 기존에 볼 수 없는 서비스로 시장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유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게임 체인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은 축구장 167개 넓이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되는 서비스를 핵심으로 한다.

쿠팡맨 등 2만4천여명을 직간접 고용하면서 인건비로만 연간 1조원 가까이 지출한다.

로켓배송의 상품 품목 수도 500만종이 넘는다.

대형마트의 상품 품목 수가 약 5만 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약 100배 더 많다.

유통시장은 쿠팡의 주도로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조26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1조8586억원) 늘었다.

2001년 1월 온라인쇼핑 동향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모바일쇼핑 거래액도 지난 3월에 이어 5월에 또다시 7조원을 넘기며 매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현재 111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2022년 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 유통기업들도 쿠팡의 돌풍이 위기로 다가오자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의 축을 빠르게 이동시키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8월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3조원을 투자해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온라인 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는 지난 3월 온라인 통합법인 에스에스지닷컴을 출범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홈플러스, 현대백화점 등도 온라인 사업 강화를 올해 중점 추진 전략을 내세워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아마존 될까…쿠팡의 종착지는 = 쿠팡의 드라마틱한 실적 추이는 시장의 논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매출액이 늘어난 만큼 적자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쿠팡이 지난해 1조1천74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영업손실이 1조3천~1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누적적자는 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 글로벌 금융자본이 2010년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쿠팡에 투입한 돈만 4조원이 넘는다.

한국 벤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미래에 투자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는 이유다.

쿠팡의 모델은 아마존과 비슷하다.

아마존은 1994년 설립 이후 물류센터와 직접 배송에 거액을 쏟아부었고, 8년 만인 2002년에야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가격을 낮추고 엄청난 투자로 충성고객을 넓히는 것이 아마존의 전략이다.

쿠팡이 상품을 직접 매입하고 최대 규모의 물류 시스템을 직접 만드는 것도 아마존과 같다.

강력한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쿠팡 없이는 못 사는 삶'을 만든 다음 유료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본격적인 수익창출에 나선다는 게 쿠팡의 전략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동안 전례가 없던 쿠팡 모델이 성공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에서 박종대 연구원은 "쿠팡은 곧 온라인쇼핑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베이코리아, 11번가와 합병해 절대적 시장 점유율을 갖게 될 것"이라며 "든든한 자금줄을 확보한 쿠팡이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기회와 위기 둘 다 물류에 달렸다"면서 "강력한 차별화를 통해 아마존식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치킨게임에 머물다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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