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국책은행 산업은행이 벤처와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혁신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그간 대기업 중심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채권단의 맏형 역할을 해 왔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러한 변신의 중심에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있다.

지난 2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19'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동걸 회장은 "구조조정이 과거의 숙제라면 혁신창업은 미래의 숙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혁신성장에 산은의 역량을 집중해 미래 사업을 만드는 데 앞장서려고 한다"고도 했다.

23∼24일 열리는 넥스트라이즈는 이 회장의 이러한 의도가 분명하게 반영된 행사다.

산은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최한 넥스트라이즈는 벤처·스타트업들이 대기업, 벤처캐피탈(VC)과의 원활한 사업협력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외에서 200여곳의 스타트업과 대기업, VC가 '총출동' 해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한다.

이동걸 회장은 "이미 820여건의 1대1 미팅이 예정돼 있는데 이는 굉장한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사업 및 자금조달의 성사 여부를 떠나 사업에 대한 공감·공유하면서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속단하긴 어렵지만 5~10%만 성사가 되더라도 엄청난 성과일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행사 내내 "산은의 핵심역량은 혁신성장에 있다"고 강조한 이 회장은 넥스트라이즈를 계기로 향후 사업을 더 키우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혁신성장 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소규모 조직개편도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관련 분야 지원을 위해서는) 전담팀도 만들어야 할 것 같고, 혁신성장 분야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방향이다"며 "스마트팩토리 지원 등 기업금융 분야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에 방점을 찍은 이동걸 회장은 산은이 그간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할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도 만들었다.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을 탈피해 자본시장과 연계해 구조조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는 의도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8일 산업은행 PE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50.75%를 1조3천600억원에 사들이며 1호 자산의 이관을 완료한 뒤 지난 16일 공식 출범했다.

아직은 대우건설의 벨류업 및 매각을 위한 인력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포트폴리오가 확대와 함께 전문인력 채용을 늘리겠다는 게 KDB인베스트먼트의 구상이다.

이 회장은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것도 산은이 미래 사업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는 차원이었다"며 "나머지 구조조정 기업도 상황을 봐 가면서 모두 KDB인베스트먼트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KDB인베스트먼트로 구조조정 기업들이 차근차근 이관되면 관련 팀의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한꺼번에 이관할 수는 없지만 궁극적으로 부실기업은 모두 넘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설린된 KDB인베스트먼트를 활용해 남은 구조조정 매물들을 관리하는 한편, 산은은 혁신성장 지원을 강화해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으로 남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장은 "부실 처리 등 긴급한 재무적 구조조정의 경우에는 산은에도 강점이 있지만, 향후 벨류업의 측면은 영업·관리 등의 능력이 필요한 부분이다"며 "24시간 해당 기업만 들여다봐야 하는데 산은의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전문가에게 넘겨야 산은도 홀가분하게 본연의 미래지향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은행대출보다는 시장성차입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국민의 세금을 활용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제는 민간 주도로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라는 인식이 분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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