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리노마드와 금리쇼핑
[데스크 칼럼] 금리노마드와 금리쇼핑
  • 황병극 기자
  • 승인 2019.07.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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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저금리 현상이 재현되면서 이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상품을 골라 가입하려는 이른바 '금리노마드(nomad)'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대출자들은 보다 낮은 대출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금리쇼핑'에 분주하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22일 오전에 100억원 한도로 진행한 연 5% 금리의 정기예금 특판이 1초 만에 마감됐다.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카카오뱅크의 애플리케이션이 접속 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이 모바일 채널인 사이다뱅크에서 선착순 5천명을 한정으로 판매한 연 10% 금리의 정기적금이 2시간 만에 동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 수신금리가 연 1%대로 낮아지면서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현상이다.

최근 경기 불확실성에 시중금리까지 낮아지면서 수익을 낼 곳을 찾지 못한 탓이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이후 2.95% 상승률에 그쳤다. 1개월 전과 비교하면 1.13% 마이너스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마이너스 폭은 5.19%로 커진다. 투자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지 못하는 이유다. 단기부동자금이 늘면서 초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쏠림도 커졌다. MMF 설정액은 이달에만 17조원 이상 늘었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MMF 설정액은 120조7천943억원으로, 작년 8월 이후 11개월 만에 120조원을 넘었다.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기 부진에 투자자들이 수시로 돈을 넣었다 뺄 수 있는 초단기상품인 MMF로만 몰린 탓이다.

반대로 시중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자들은 즐거운 비명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내린 데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새로운 기준으로 산출되면서 한꺼번에 0.30%포인트 낮아졌기 때문이다. 신규 고정금리 대출상품이 기존 변동금리 상품보다 금리가 낮아지는 경우도 생겼다. 더 낮은 대출금리로 갈아타는 수요가 커지면서 은행권의 대환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서민의 주택금융부담을 줄이고자 저금리 대환용 정책모기지를 대규모로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당분간 대출 갈아타기 현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자본시장인 회사채시장에서는 회사채 유통금리와 국고채 대비 가산금리인 신용스프레드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 축소는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의 펀더멘털이 개선될 때 나타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신용스프레드는 꾸준하게 줄고 있다. 안전한 회사채로 인식되는 'A' 등급에서 가장 낮은 'A-' 등급(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작년 말 145.9bp에서 23일엔 122.5bp까지 줄었다. 지난 2016년 12월의 전저점인 120.6bp에 다가섰다. 절대금리 기준으로는 작년 말 3.28%에서 2.5% 중반으로 80bp나 낮아졌다. 현재 유통금리는 역사적인 저점이다.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는 와중에도 우량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보다 낮은 발행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기업이나 기존 대출자의 금리쇼핑은 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은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다만 기본적인 경제구조나 펀더멘털에서 보면 한국 경제도 일본이나 유럽처럼 갈수록 저금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1천54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로 인해 금리를 쉽게 쉽사리 올리지도 못할 뿐 아니라 경기 부양이란 명목으로 감축은 언감생심이고 언젠가 터질지도 모를 부채를 계속 부추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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