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4일 발생한 쿠팡의 전 품목 품절 사태는 단기간에 급성장한 유니콘 기업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롯데·신세계 같은 유통 대기업을 넘볼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그에 걸맞게 반드시 갖춰야만 하는 기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소홀하지는 않았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전일 오전 7시께부터 모든 상품의 재고가 '0'으로 표시돼 상품의 주문 및 구매가 불가능해지는 장애가 발생했다.

상품을 클릭하면 상품 설명페이지에서 '품절 임박 0개 남았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뜨고,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을 수 있지만, 결제가 불가능했다.

이커머스 업체에서 온라인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건 마치 이마트가 아무런 사전 공지 없이 갑자기 점포 셔터를 내려버리는 것과 같다.

오랜 시간 주문 접수가 안 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쿠팡은 웹사이트나 모바일앱 등에 관련 알림을 공지조차 하지 않았고, 사고발생 후 5시간이 지나서야 언론을 통해 사과했다.

고객들은 무슨 이유로 주문이 안되는지 원인도 모른채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전산 오류는 사고 발생 10시간 만인 오후 5시에야 사실상 복구됐다.

업계에서는 반나절 가까이 기능이 마비되는 이례적인 사고에 의아해하고 있다.

쿠팡이 내부 데이터베이스 문제라고 밝혔지만, 이번에 발생한 재고 시스템 오류는 일상적인 시스템 오류가 아닐뿐더러 전 상품이 일괄적으로 품절로 뜬 것도 업계에서 처음 벌어진 일이다.

더욱이 쿠팡 스스로 "우리는 정보기술(IT) 회사다"라고 외칠 만큼 IT 관련 투자를 강조해왔던 터라 이번 사고는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쿠팡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신속하고 정확한 주문·배송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기술력 때문이라고 자신해 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IT를 통해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고객의 삶을 바꾸겠다'는 김범석 대표의 비전에 감동해 30억 달러(약 3조6천억) 투자를 결정했다고도 했다.

이번 사상 초유의 품절 사태를 단순 내부 시스템 오류로 해명한 쿠팡의 명성에 흠집이 불가피한 이유다.

2010년 작은 소셜커머스 회사로 출발한 쿠팡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부터 고속 성장한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이다.

2014년 3천5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5년 1조1천338억원, 2017년 2조6814억원, 2018년 4조4147억원까지 늘었다. 올해는 매출이 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메이크 펀딩에 기대 시장점유율 높이는 방식이 스타트업의 공식처럼 여겨지는 가운데 몸집 키우기에만 몰두하다 보니 이 과정에서 사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안정성, 신뢰성은 후순위로 밀리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10조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 기업에서 서비스가 다운될 경우를 대비한 비상 장치를 하나도 마련해 두지 않았고 파악과 복구에 반나절 이상 걸린 것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제는 기업가치에 걸맞은 기본을 갖추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할 때다.

말로만 IT 투자를 강조하지 말고 소비자들이 알아서 느낄 수 있도록 발 빠른 대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고객은 더 좋은 혜택을 찾아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현재 최고라는 자신감보다 자만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금융부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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