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김예원 기자 = 금융당국이 저리의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유도하기 위해 대환대출 프로그램인 '제2의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억지로 팔을 비틀어 은행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 만기가 초장기인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를 활성화시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기존 주담대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대환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저리의 대환용 정책모기지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대출을 기존 대출의 범위 내에서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저리의 장기·고정금리 정책모기지로 대환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 '제2안심전환대출'은 은행 희생시켜

금융위가 발표한 이번 정책은 아직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발표 내용에 따르면 기존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대출자가 주택금융공사에 대환 신청을 한 뒤 허가를 얻으면, 대출자의 은행 대출이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대출 수익이 나고 있던 상품을 수수료 정도만 받고 넘겨야 하는 셈이다.

제2의 안심전환대출이 2% 초반의 금리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렇게 되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대출자들은 금리가 3~5% 수준에 형성돼 있는데 전환대출로 빠지면 NIM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새로운 대출자들을 조달하더라도 금리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수익을 다시 채우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수료 수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안심전환대출과 달리 주택금융공사가 전면에 나서면서 수수료 구조도 바뀔 수 있다는 관측에 따라서다.

은행이 취급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대출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이번 프로그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면 소비자는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것"이라며 "향후 금융회사의 MBS 보유량을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료 인하에 반영하는 등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서 은행 수익성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고정금리 유도를 위한 시장적 대안은…초장기 커버드본드

이번 대환대출과 같이 정부가 시중은행의 팔을 비트는 방법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다만 금융안정을 위해 가계부채 구조를 장기 고정금리로 유도할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때문에 은행이 자발적으로 장기 고정금리 대출에 나설 수 있는 시장적 대안으로 초장기 커버드본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커버드본드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커버드본드 투자자는 유사시 발행기관에 상환청구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담보물에 해당하는 기초자산집합에 대해 우선변제권도 행사할 수 있어 2중의 보호 장치를 갖는다.

발행자인 은행 입장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부담을 지지만, 만기가 초장기인 커버드본드로 가계대출과 예금의 만기 불일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만기가 수년짜리인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한 경우 수십년 만기의 가계대출에 나서면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

대출을 통해 들어오는 수익은 장기 고정돼 있는데, 시중금리가 언제 올라 자금조달 비용(예금금리)이 증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일정 기간 고정금리를 유지한 뒤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혼합형 가계대출 상품을 내놓는 이유다.

이와 달리 초장기 커버드본드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 장기 고정금리 가계대출과 만기 수준을 일치시킬 수 있다.

커버드본드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커버드본드 관련법인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 제정했다. 이 법의 1조는 '금융회사등의 안정적인 장기자금 조달과 가계부채 구조개선'이라는 제정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최근 KB국민은행, SC은행 등이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다만 만기가 5년이나 7년으로 가계부채에 맞추기에는 턱없이 짧은 형편이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커버드본드(도입)의 당초 취지는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위해 장기 고정금리로 펀딩하라는 것"이라며 "향후 이 시장이 더 활성화된다면 대출 만기에 상응하는 커버드본드 만기를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장기물 커버드본드에 대한 수요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초장기 채권의 투자자인 보험사 입장에서 국고채보다 저렴한 초장기 채권에 투자할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초장기 커버드본드의 공급은 현재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인 국고채 초장기 구간의 금리를 상승시키는 효과도 있다.

보험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수급에 추가적 대응 수단이 늘어나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좋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나쁘다고 이야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국고채 수익률 곡선. 검은 실선은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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