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요동쳤다.

ECB는 한국시간으로 25일 오후 8시 45분경에 금리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성명에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현행 금리 수준이나 더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표현이 포함됐다.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포워드 가이던스를 수정해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대다수 전문가가 예상한 수준이었다.

곧바로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하락세로 전환됐다. 일부 전문가들이 예상한 금리 인하 조치는 나오지 않았으나 추가 조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영향으로 유로-달러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후 45분 뒤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기자회견이 시작하고 곧바로 한국시간 오후 9시 32분경 유로-달러는 1.11010달러까지 밀렸다. 이는 전장보다 유로화가 달러화에 0.3%가량 하락한 것으로 2017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도 같은 시각 -0.412%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얼마 지나지 않아 유로화는 급반등세로 돌아섰고, 독일 국채금리도 곧바로 반등했다.

이에 따라 달러-엔, 미 국채금리, 미국 주가지수도 동반 요동쳤다.

미국 다우존스30 평균지수는 개장 초 최대 150포인트가량 밀렸다.

BMO캐피털의 존 힐 금리 전략가는 CNBC에 "모두가 유로를 보고 있었으며 유로는 오락가락했다"며 "ECB로부터 일부 혼재된 메시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ECB가 금리 인하와 자산 매입을 분명히 상정해두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양방향을 모두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 서두에서 "금융환경을 우호적으로 유지하고 유로존의 확장세를 지지하기 위해 상당한 통화 부양책이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유로존의 경기 평가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리세션 위험이 여전히 꽤 낮은 것으로 보이며, 노동시장이 더 낮은 모멘텀을 보이나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드라기 총재의 리세션 위험이 "꽤 낮다(quite low)"는 표현에 시장이 크게 실망하며 유로화가 급반등하고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독일 DAX30지수는 장 초반 0.6%가량 오름세를 보였으나 오후 들어 1.79%까지 하락했다. 이후 1.28%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미국 다우지수도 한때 0.76%까지 밀렸다.

시장에서는 오는 10월 퇴임하는 드라기 총재가 예상보다 더 일찍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총재의 발언은 이보다 더 후퇴한 모습이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18일 경기 전망이 개선되지 않고,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드라기는 추가 부양책에는 포워드 가이던스 수정, 금리 인하, 자산 매입 등의 선택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에 독일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프랑스 국채금리는 처음으로 마이너스대에 진입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드라기 총재가 유로화를 떨어뜨렸다며 이로 인해 유럽이 미국과 경쟁하기가 더 쉬워졌다고 드라기를 비판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이후 각국이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는 지표 둔화에 과잉대응하지 않고, 포워드 가이던스를 먼저 수정하는 기존 방식을 따랐다.

또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모든 ECB 위원들이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으나 여러 프로그램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드라기는 "폭넓은 토론이 있었다"라며 "이렇게 복잡한 패키지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패키지의 여러 부문에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가 부양책을 둘러싸고 여전히 추가적인 토론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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