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비행을 시작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매각을 결정했다던 현 주인은 지난 석 달 동안 손님맞이 준비를 마쳤다. 아름다운 비행이 될지, 비상착륙을 해야 할 상황이 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1차로 손님을 태우는 예비입찰까지 아직 시간이 좀 더 남아 있지만, 티켓 예약은 시작된 셈이다. 비행에 동참하기 위해 트랩에 오를 손님이 얼마나 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탐나는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입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강남의 집은 팔려도 또 살 수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같은 매물은 더는 안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이 한마디 했다. 아주 매력적인 물건이 나왔으니 꼭 한번 관심을 가져보라는 적극적인 권유다. 이 회장은 흥행 실패의 우려가 없다고까지 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큰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까지 나섰다. "사적으로 연락을 해 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관심을 갖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알린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빨리 트랩에 올라야 한다는 얘기다.

항공사는 몇 안 되는 대표적인 규제사업이다. 금융, 통신과 함께 정부가 사업면허를 내줘야 영업을 할 수 있다. 규제의 틀 속에서 영업을 해야 하고, 정해진 룰을 벗어나면 과감하게 사업권도 박탈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귀찮고 까탈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규제는 곧 안정적 수익을 보장한다. 물론 경영 능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일단 먹고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 적지 않다. 아무리 경기가 힘들어도 금융과 통신사들이 수조 원의 이익을 내는 것을 보면 규제사업의 매력은 크다. 라이선스의 힘이다. 국내 항공사 중 풀서비스캐리어(FSC) 면허를 가진 국적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개뿐이다. 정부가 앞으로도 FSC 면허를 내줄 가능성은 없다. 이동걸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같은 매물은 더는 안 나온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SK, 한화, CJ, 신세계 등 국내 굴지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다들 "관심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묻지 않았는데도 먼저 나서 부인하는 경우까지도 있다. 물론 곧이 믿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곳곳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어서다. 다만, 판이 깔리긴 했지만 먼저 베팅하지 않겠다는 입장만은 분명해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라이선스로 인한 고려가 많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업을 하나 사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되는 순간부터 새로운 규제의 틀 속에 모든 것을 맞춰야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해 오던 다른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주판알을 튕겨봤을 때 견적이 안 나오면 함부로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이 강남 아파트를 동경하는 이유는 집 그 자체 때문은 아니다. 교육과 교통 등 여러 복합적인 환경적 요소들이 집의 값어치를 높여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종의 연쇄적인 가치 상승효과다. 아무리 비싸도 굳이 강남으로 가려는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시아나항공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요소는 뭘까. 라이선스 사업자라는 것 말고 있을까. 앞으로 몇 달 남지 않은 입찰 때까지 손님들은 물건을 사러 갈지 말지를 두고 주판알을 더 튕겨볼 것이다. 가격이 싸던지, 조건이 좋던지 사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결국 손님이 문제가 아니고 물건을 파는 주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골목식당'이란 프로그램에서 백종원 씨가 늘 말하는 게 있다. "이렇게 만들면 사 먹을 것 같아유". 주인이 맛있다고 손님이 사 먹을 것이란 착각은 버리란 말이다. 몇 달 안 남았다.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룰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놓아야 한다. 부디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찾아 아름다운 비행을 계속했으면 한다. (기업금융부장 고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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