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엉망이지. 엉망. 요즘 주식시장 다 안 좋아요"

요즘 증시 투자하기 어떠냐는 질문에 한 투자자가 거래소 1층에 설치된 증권시세 단말기를 꼼꼼히 검색하며 한탄한다.

또 다른 투자자는 주로 거래소 1층 소파에 앉아있다. 정지 화면처럼 미동도 없이 앉아있던 그는 거래소 로비 중앙에 설치된 전광판에 보유 주식이 지나갈 때마다 핸드폰을 펼쳐 든다.

모두 거래소 1층에 자주 방문하는 노년층 투자자들이다.

"오늘 왜 왔어"

"내일이 선물옵션 만기일이잖아"

테이블에 둘러앉은 진지한 표정의 어르신들은 대화에서도 주식 내공이 묻어난다.

거래소 1층 컴퓨터 화면에는 장외주식을 검색할 수 있는 홈페이지가 열려 있다.

한 어르신 투자자는 공모주를 주로 한다고 한다. 오래된 종목들보다 수익률이 괜찮아서 투자하지만 요즘 주식시장이 녹록지 않다고 한다.

"공모주도 주식 수가 적어야 오르지. 많은 종목은 안봐요. 주식도 하고 공모주도 하고"

단말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그는 주식 투자의 원칙을 말한다.

올해 91세에도 늘 주가지수 전광판을 보기 위해 거래소 1층을 찾는 어르신도 있다.

"어르신, 주식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하고 묻자 어르신은 귀를 기울인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소리를 높여 묻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주식한 지는 오래됐지. 자식들은 이제 하지 말라고 해요. 그래도 한 번씩 보러 나오는 거지"

전광판에 다시 자신이 보유한 종목이 지나가면 대화는 끊긴다. 주가를 체크하고, 곱하기 종목 수를 눌러 현재 금액을 계산해 본다.

이따금 증권사 MTS 어플을 활용해 주가지수를 확인하기도 한다. 주식방송 채널 번호마저 다 외워서 알려줄 정도로 열성 투자자다.

이들 투자자가 거래소 1층에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프라인에서 주가를 확인하기에 거래소 만한 곳이 없다. 과거에는 증권사 객장에 앉아 주가를 확인했겠지만 증권사 객장 전광판은 없어진 지 오래다.

거래소 1층은 주가지수 전광판은 물론 단말기도 비치돼 있다. 올해 초 거래소가 14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만든 새 전광판은 주가지수며, 종목별 주가, 환율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이제는 주식투자도 다 온라인으로 하니 노년층 투자자들이 모일 곳이 흔치 않다.

주식 계좌도 비대면계좌를 주로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거래도 HTS와 MTS가 보편화됐다.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초부유층 고객을 유치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영업점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는 투자규모 7천만원 이하는 담당 매니저를 배치하지 않으며, 또 다른 증권사는 1억원 이하의 고객은 소액 투자자로 본다.

증권사들은 보통의 주식투자자들에는 정보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 정보와 서비스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오고간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상위 자산가 10%가 증권사를 먹여살린다고 보면 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니 노년층 투자자들로서는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인 셈이다.

바야흐로 백세시대, 왕년의 주식 고수들도 노년층 투자자가 되고, 은퇴 후 주식투자에 나서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거래소 1층에 찾아와 적극적으로 투자 정보를 얻는 '어르신 투자자'들은 현명한 투자자라 할 수 있다.

과거 증권사 객장은 증시 분위기의 바로미터였다.

'객장에 스님이 나타나면 주식 꼭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객장에 누가 나오느냐는 중요한 이슈였다.

이제는 과거 증권사 객장 전광판의 역할을 거래소 1층 전광판이 톡톡히 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그렇지 뭐. 빠질 때가 있으면 오를 때도 있겠지"

수 천만원을 소일삼아 주식에 투자하는 어르신은 증시 등락에 일희일비하지도 않는다.

(자본시장부 정선영 차장대우)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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