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국내 연기금, 해외에서 '프로' 대접받으려면
[데스크 칼럼]국내 연기금, 해외에서 '프로' 대접받으려면
  • 이종혁 기자
  • 승인 2019.07.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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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나라 대표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이달 700조원을 돌파했다. 세계 3위 규모다. 세계 투자자 중에서도 '큰 손'이다. 2041년에는 1천77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가 출범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아직 글로벌 투자계의 '이너서클'에는 제대로 진입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덩치에 비해 해외 네트워크 구축이 탄탄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이 정도니 국내 다른 연기금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와 반대로 세계 연기금 투자업계에서 '프로'로 불리는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전 세계 274개에 달하는 투자 협력사 네트워크로 52개국에 투자하고 있다. 이 결과 2019회계연도 총 투자 건수가 425건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CPPIB가 갖춘 네트워크의 질은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는 인수합병(M&A) 컨소시엄에도 참여하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장난감 블록으로 유명한 레고사, 미국의 거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CPPIB와 함께 규모가 60억파운드(8조8천억원)에 달하는 멀린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멀린은 레고랜드 등을 운영하는 유럽 최대 테마파크 기업이며 관람객 수가 세계 2위를 기록하는 회사다.

국내 연기금들과 운용 스타일이 일치하지 않지만, 대규모 M&A에도 초대받는 CPPIB의 해외 네트워크만큼은 눈여겨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규모를 가진 국민연금이라도 해외 투자처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류 해외 운용사나 사모펀드가 안정적이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거래에 일면식도 없는 국내 연기금에 먼저 연락하는 일이 있을까. 전 세계 저금리로 넘쳐나는 게 유동성이다.

실제 해외 유수 사모펀드에 먼저 연락했지만, 투자 담당자와 연결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국내 연기금의 한 고위 관계자는 토로한다. 이게 초고속 고령화로 빠르게 고갈될 운명인 국내 연기금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의 단면이다. '해외투자 늘리자'라는 구호만 크고, 그동안 여건 조성은 뒤따르지 못했다. 국내 연기금 중에서도 유일하게 국민연금만이 3곳의 해외사무소를 운영하는 실정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안으로 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력 있는 전문가에게 적어도 시장 수준의 급여부터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이 해외 사무소 운영규칙을 개정해 현지 운용역의 선발과 보수 근거를 마련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연기금의 해외 투자 여건 개선과 조성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더 고민할 때다.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고 탄식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liber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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