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생산 차질 가능성 등으로 시계제로의 상황에 처한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반도체 감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경쟁사들이 감산 체제를 본격화하는 가운데서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으로서의 자신감을 조심스럽게나마 드러낸 것이란 평가다.

삼성전자는 특히 올해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반도체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그동안 쌓였던 재고 소진 속도도 빨라지면서 바닥 탈출의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담당 전세원 부사장은 31일 2분기 실적발표 직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의 라인 운영은 수요 변동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진행할 것이다"라면서도 "인위적인 웨이퍼 투입 감소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이천 M10 공장의 20나노 후반 라인을 CMOS 이미지센서 양산용으로 전환하겠다며 반도체 감산 계획을 공식화했다.

또 청주 M15 낸드플래시 공장의 추가 클린룸 구성 시기도 늦추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경쟁사들과 달리 반도체 감산에 돌입하지 않기로 한 것은, 반도체 불황의 파고를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D램은 10나노 2세대(1y) 공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낸드플래시의 경우 6세대 V낸드 양산에 나선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파운드리에서는 극자외선(EUV) 7나노 공정 기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양산 직후 6나노 양산을 추진하고 5나노와 4나노 공정 설계도 지속해서 추진한다.

아울러 수요 대응을 위해 EUV선단 이미지 센서 8인치를 중심으로 증설하고, 화성 EUV 라인을 내년 상반기 가동할 계획이다.

이미지센서 전용 S4 라인도 추가 증설할 계획이며, 8인치 라인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가능성 역시 삼성전자가 감산에 돌입하지 않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전세원 부사장은 "D램의 경우 데이터 센터 고객사들의 재고 정상화가 작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이어지며 상당 부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폰 전 제품의 고용량화와 가격 탄력성에 따른 수요 정상화도 나타난 데 따라 하반기 D램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에 대해서도 전 부사장은 "2분기부터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하반기 (경쟁사 감산으로) 공급량도 줄어드는 데 따라 가격과 업황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감산에는 돌입하지 않되 대내외 불확실성은 면밀히 살펴보며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명진 IR담당 부사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생산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설비투자(CAPEX)와 관련해서는 "탄력적인 투자 집행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투자 검토 빈도를 기존 대비 늘려서 시장 수요의 변동을 최대한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이달 발표할 계획이었던 주주 환원 방안은 발표 시기를 늦췄다. 실적 부진에 더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어 배당 재원을 산출하기에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명진 부사장은 "내년까지의 잉여현금흐름을 합리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며 올해 실적이 확정되고 내년 경영 전망에 대한 가시성이 확보되는 내년 초 주주 환원 방안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mr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로 13시 3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인포맥스 금융정보 서비스 문의 (398-5209)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