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증권사가 발행한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과 이를 바탕으로 시중은행이 판매한 파생결합펀드(DLF)가 반 토막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금융권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상당 부분이 대형 시중은행 2곳의 PB센터를 통해 판매된 가운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하나금융투자가 발행한 금리연계 DLS 30여건이 최대 40%를 넘는 손실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형태로 발행된 해당 DLS 물량은 약 900억원으로 대부분 A은행 PB센터를 통해 판매됐다.

최근 1년간 하나금융투자가 발행한 DLS 전체 물량은 2조512억원. 채권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물량은 2천338억원으로 이 중에서 40%가량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손실이 난 물량 대부분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사모로 발행된 'H&F투자 DLS 03042'는 오는 11월 만기를 앞두고 있지만, 시가평가에 기반을 둔 발행일 기준 현재 수익률은 마이너스(-) 38%다. 비슷한 시기 발행된 'H&F투자 DLS 03062'도 내년 5월 만기가 돌아오지만, 무려 42%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금리연계 DLS·DLF 상품은 대부분 독일 국채금리와 미국·영국의 'CMS(Constant Maturity Swap)'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구성됐다. 이중 CMS 금리는 국채금리와 방향성이 유사한데 스와프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3~5% 수준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금리가 본격적인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이 직격탄을 받았다. 개별 상품의 구조와 만기에 따라 수익률은 차이가 있겠지만, 앞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등 시장의 방향성을 고려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금융투자는 국내 DLS 시장의 독보적인 1위 사업자다. 지난해에만 연간 4조3천883억원을 발행해 전체 시장의 26%를 독식했다. 2위 사업자인 NH투자증권의 두배에 달하는 물량이었다. 특히 해외금리를 연계한 DLS는 하나금융투자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나금융투자에는 그간 홍콩 H지수 등에 편중된 국내 파생상품의 기초자산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금융권에선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리 인상에 베팅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자산관리 전략이 실패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채권금리의 급격한 하락과 국내외 장단기금리의 축소로 금리연계 상품의 투자수요가 위축되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공격적으로 발행과 판매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금리연계 DLS 발행 자체를 취소하는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발행과 판매가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라며 "리테일시장에서 주목받은 상품이다 보니 지금의 평가손실에 대해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해당 금융회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아직까지 손실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평가손실이긴 하지만, 자칫 DLS와 관련해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PB센터장은 "시중은행 PB센터에서 판매된 상품들의 평균수익률을 고려하면 두 자릿수 손실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고액자산가 대상 사모상품이란 점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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