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7개월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물가 목표치인 2%를 크게 밑도는 상황이 올해 들어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저물가가 장기화하면서 경기침체를 동반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런 지적이 과도하다며 장기간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평가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19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2015년 100 기준)는 104.56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1월 이후 7개월 연속으로 0%대를 보인 셈이다.

이는 국내외 금융기관 10곳을 대상으로 한 전망치 0.91%를 밑도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제유가 등 가격 변동성이 큰 외부요인을 배제한 '식료품ㆍ에너지제외지수' 지표에 주목한다. 이는 수요 측면에서 기조적인 물가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로써 지난 3월 이후 1.0% 이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가 아니지만, 경기 부진에 0%대의 저물가가 계속되는 준(準) 디플레이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저물가의 장기화는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 상승률) 상승으로 부채 상환 부담을 키우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게 된다. 따라서 경기둔화를 가속할 수 있고 '저성장→소비부진→저성장'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업률이 높아지고 일자리의 질이 나빠지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물품 가격도 떨어지고 월급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어서 정부는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정부는 현재 저물가 상황을 국제유가 안정세, 기후안정에 따른 채솟값 하락 등 공급적인 요인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7월 채소류와 축산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2.7% 하락했다.

석유류도 두바이유가 최근 3개월 동안 배럴당 60달러대의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데, 이는 지난해 70달러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석유류의 하락률이 5.9%에 달하는 이유다. 건강보험 확대 등 정책적인 요인도 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았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총체적으로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물가하락이라기보다는 공급, 일시적인 정책 요인에 따른 것으로서 디플레이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통계청이 이날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을 공식화한 만큼 시장은 디플레이션에 진입하는 단계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올해 소비위축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부진한 경기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을 보면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jwchoi@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로 10시 3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인포맥스 금융정보 서비스 문의 (398-5209)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