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3천878일만에 금리 내린 美연준 속내 '톺아보기'
<뉴욕은 지금> 3천878일만에 금리 내린 美연준 속내 '톺아보기'
  • 곽세연 기자
  • 승인 2019.08.01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욕=연합인포맥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내렸다.

연준이 금리를 마지막으로 내린 2008년 12월 이후 10년 7개월, 정확히 3천878일 만이다. 1942~1954년의 4천115일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기록이다.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이번이 금리 인하가 없었던 역사적으로 두 번째로 긴 기간'이라는 금융시장 분석회사 베스코프 인베스트먼트의 차트를 트윗에 올리며 "믿어지지 않는다", "다음번에는 더 길기를…"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3천878일의 기록은 2008년 금융 위기에서 빠져나온 뒤 미국 경제가 얼마나 확장을 지속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이기도 하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21개월 연속 성장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확장세다.

사실 이번 고비만 넘겼으면 연준은 금리 인하에서 다음 인하까지 새로운 기록을 다시 쓸 수도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연준은 더 내릴 수 없을 정도로 금리를 내려 현 금리 수준은 인하보다는 인상 여력이 큰 상황이다.

연준은 이전 마지막 금리 인하 때 사실상 제로 금리로 기준금리를 떨어뜨렸다.

무엇보다 금리를 내릴 정도로 미국 경제 상황은 나쁘지 않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양호했고, 고용시장은 여전히 좋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도 강하다는 게 금리 인하 직전 숫자로 증명됐다. 미국 소비자들은 공격적으로 소비하고 있지만, 저축도 잘하고 있다.

고용시장에 일부 균열과 둔화 조짐이 나타난다 해도, 현재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강한 고용시장→탄탄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을 완충 요인도 가지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거의 최고치를 기록한 8.1%의 탄탄한 저축률에 힘입어 미국인들은 위기에서도 어느 정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연준이 좀 더 버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플레이션은 목표치를 밑돌지만, 완전히 도달 불가능한 수준이 아닌, 아직은 만회할 수 있는 하회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연준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미국 금융시장의 동요를 막고, 글로벌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서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했다. 25bp냐 50bp냐, 이번 한 번에 그칠 것이냐 추가로 인하할 것이냐에 집중했지 금리 인하가 없는 이번 회의는 거의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여기에는 제롬 파월 의장의 역할도 컸다. 파월 의장은 "무언가가 뜨겁다고 말하려면 열기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 과열론을 잠재웠고, "금리 인하의 근거가 강해지고 있다. 필요하다면 조치를 하겠다"며 금리 인하를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지난해 12월 '오토파일럿' 발언처럼 시장 예상과 반대의 결정을 할 경우 금융시장 폭락, 금융여건 경색 등을 피할 수 없었다.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너무 강하게 암시해 자신의 덫에 갇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연준이 미국의 중앙은행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중앙은행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미국 밖 비금융권의 달러 채무는 11조8천억 달러에 달한다. 증가세가 둔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4% 늘었다.

데이비드 벡워스 전 미 재무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밖 달러 표시 채무가 약 12조 달러에 달한다는 BIS의 발표를 봤다. 일부 연구는 전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달러에 묶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준은 이런 채널을 통해 글로벌 금융 여건을 조일 수 있다. ECB의 조치는 이런 연준의 힘에 대한 간접적인 대응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연준이 통합된 글로벌 시장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BIS 발표에서 미국 밖 달러 채무 증가율이 미국 내 증가율보다 3분기 연속 더디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금리 인상 등 연준의 긴축 정책 여파라는 시각이 많다. 이머징마켓과 개발도상국의 미국 달러 신용은 1% 늘어나는 데 그친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마켓워치는 "연준의 지난해 4번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를 많이 막지는 않았지만, 더 취약한 경제에는 훨씬 더 타격을 줬다"며 "꼬리표가 달린 것은 아니지만, 연준은 확실히 세계의 중앙은행이며 지금 세계는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빗 컷'이 아닌 '베이비스텝'의 금리 인하로 시장과 전세계를 달래면서 시간을 벌었다. 이번 금리 인하는 모두가 아는 대로 보험 성격이어서 경제를 해치지도, 부양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중앙은행, 연준의 선택은 지금부터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로 08시 4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인포맥스 금융정보 서비스 문의 (398-5209)

기자의 다른기사
인포맥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 (주)연합인포맥스
  • 110-140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2길 25 연합뉴스빌딩 10층 (주)연합인포맥스
  • 대표전화 : 02-398-4900
  • 팩스 : 02-398-4992~4
  • 제호 : 연합인포맥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2336
  • 발행일 : 2000년 6월 1일
  • 등록일 : 2012년 11월 06일
  • 발행인 : 최병국
  • 편집인 : 최병국
  •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 유상원
  • 연합인포맥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연합인포맥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infomaxkorea@gmail.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