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안정자금·협력사 상생대출 공급 핵심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은행권이 일본의 수출규제 피해기업을 위한 유동성 지원안 마련에 착수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우방국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일단 수출기업 협력업체를 위한 자금 공급에 초점을 두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금융당국과 함께 일본의 수출규제 기업 대상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검토 중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오는 3일 오전 주요 은행장들과 일본 관련 리스크 대책 회의를 진행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은 이날 회의 직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금융보복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달부터 시장변화와 외화자산, 대일 수출기업의 익스포져, 리스크 등 다방면에 걸쳐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특히 은행들은 거래기업 중 일본의 규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반도체 부품 관련 업체의 피해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은 직접 거래하고 있는 2천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6개 정도만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감광액(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 가스) 등 당시 수출규제 3대 품목과 직접 연계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여신 보증 잔액은 3조1천억원 정도로 당장 부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은행들도 기업 여신부를 중심으로 모니터링 범위를 넓혔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기업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이날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골자로 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커지면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해지자 은행들도 당국과 함께 준비에 들어갔다.

3개에 불과했던 수출규제 대상 품목이 자칫 1천개 이상으로 확대되면 그간 반도체 산업에 한정됐던 영향이 자동차와 배터리, 정밀기계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이 마련할 자금지원 프로그램은 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한 긴급지원과 협력기업을 위한 상생 대출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출규제 피해가 경영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소기업 대상 유동성 지원안이 마련된다. 규모가 영세한 기업일수록 단기적인 매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지역 경기침체에 직격탄을 준 조선 기자재와 자동차 부품업체를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만기일이 도래한 부품업체의 여신 상환연장과 신규 자금공급 시 우대금리, 수수료 감면 혜택 등이 주를 이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피해 예상 산업의 협력사를 위한 상생대출 지원안도 마련된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여부에 따라 상생대출의 지원범위는 더 넓어진다.

그밖에 소재부품산업 등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자금 공급 안도 검토 중이다.

이미 특화상품을 마련한 곳도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소재·부품 전문기업 성장지원 대출'을 출시하고 일본의 수출규제로 피해를 본 기업에 최대 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그룹들은 자체적인 산업 지원안도 고민하고 있다.

최근 혁신금융과 관련한 예산을 확대 편성한 만큼 그룹사를 활용해 관련 예산의 지원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중장기적인 산업지원방안에 동참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여신담당 부서가 일 단위로 기업의 피해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피해기업의 자금지원을 위한 단기 금융지원부터 중장기 산업 지원방안을 논의 중인만큼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만간 관련 상품을 출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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