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외환시장이 마지막 보루다
[데스크 칼럼] 외환시장이 마지막 보루다
  • 한창헌 기자
  • 승인 2019.08.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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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방침 선언이 무역전쟁을 알리는 선전 포고였다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것은 전면전에 들어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정부가 전방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 첨단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높아 당장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핵심 기업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경제 전반에 대한 위기의식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금융시장은 지난달부터 이런 위기 상황을 반영해왔다. 코스피는 지난달에만 15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전일에는 2,010선까지 내려가 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2일에는 2,000선마저 무너졌다. IT기업들이 대거 포진한 코스닥시장의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연일 연중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며 600선도 위협받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반영하는 채권시장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채권 가격과 반대인 금리는 가파른 하락 추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해 글로벌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영향이 크다고는 하지만, 장기물 금리의 하락폭이 더 커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그나마 버텨주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매파적으로 나오면서 달러 강세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원화 약세(달러-원 상승)는 그동안 제한적인 수준에서 진행됐다. 전일 달러-원 환율은 장 초반 1,190원선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폭이 축소됐다. 이날은 다시 달러 강세 여파로 1,190원대 중반까지 올라왔다.

우선 외환당국에 대한 경계 심리가 크다. 지난 5월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오를 때 당국이 적극적으로 1,200원선 돌파를 저지했던 기억 때문에 외환 딜러들은 상방 재료가 넘쳐남에도 롱 플레이(달러 매수)를 주저해왔다.

실제 당국의 환율 방어 의지도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나 한은이 환율을 특정 수준에서 방어한다는 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지만, 시장은 당국이 1,200원선 돌파를 허용하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시장 전반에 위기의식이 커진 상황에서 외환시장마저 흔들리면 심리적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지난달 이후 달러-원이 1,180원대 중반 위로 올라오면 어김없이 개입 추정 물량이 나왔다는 게 딜러들의 관측이다.

이날 연합인포맥스가 은행 등 11개 금융사의 외환딜러들을 상대로 한 설문(외환딜러 폴)에서 8월 중 달러-원 환율의 고점 전망치 평균은 1,202.30원으로 조사됐다. 한일 무역 갈등을 비롯해 원화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가중된 상황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딜러들은 달러-원이 1,200원을 터치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당국 개입 등으로 안착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미중 무역 갈등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덜 완화적인 스탠스로 달러 강세가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달러-원이 1,200원선을 뚫고 올라가고,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외환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 심리가 급속도로 커질 수 있다. 당국의 스탠스와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그동안 국내 금융위기는 어김없이 외환시장의 위기에서 촉발돼 왔다는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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