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같은 자금유출 없을 것…韓 신인도 견고"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김예원 기자 = 일본이 한국을 우방국(백색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해 경제전문가들은 금융불안 조성을 최우선으로 우려했다.

이번 사태가 상호간의 경제 보복으로 장기화하면 실물경제에 이어 금융 부문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대외신인도가 낮았던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비슷한 상황까지 치닫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번 조치가 실물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금융불안으로 전이되는 것을 경계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한일 상호간 보복으로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실물부분의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1차적으로 만들어질 금융불안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자체가 금융면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고 투자금을 회수한다면 문제"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와 같은 자금유출 가능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시장의 일본 의존도가 낮고, 자금 조달원을 대체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일본계 외화차입금은 10조6천억원으로 전체 외화 차입금의 6.6%에 불과하다.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자금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2.3%, 약 13조원 정도다. 채권시장에서도 1.3%만이 일본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제투자대조표상 기타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5%에 그친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내 신인도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일본계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하며 외환위기가 초래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며 "지금은 경제 전반의 대외 신인도가 견고해 외환위기와 직결되는 치명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전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과 함께 비공개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양호한 대외 건전성을 바탕으로 일본 수출규제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직접적인 금융 보복으로의 확전 가능성은 적지만 일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신용공여 축소 등은 다른 국가와 맺은 통화 스와프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일본계 금융기관의 국내 기업관련 대출 규모도 국내 은행이나 다른 외국계 자금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미 국내 은행들도 개별 산업과 기업별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 팀장은 "관련 산업과 기업의 포트폴리오가 큰 은행들은 이미 비상대응을 하고 있다"며 "화이트리스트 자체가 자금유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금융시장에 미칠수 있는 영향에 대응하는 수준에서 사전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전문가도 "일본계자금이 금융부문을 흔들만한 요인은 사실상 제로이며, 일본 역시 그만큼 돈 벌 기회를 놓치는 것"라며 "이미 외화는 충분히 비축돼 있지만, 이번 기회에 캐나다 등 다른 국가와의 스와프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계기로 삼는 것도 중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심리적인 동요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조치로 3개 품목에 제한됐던 수출규제가 1천100개로 확대되지만 완전한 금수조치가 아닌 통관절차상 문제기 때문이다. 또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과 금융부문 시장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김남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산업분석팀장은 "단기적으로 물품심사가 지연되면서 조달 측면의 차질은 발생할 것"이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계 광학 정밀 등 일본 의존도가 큰 산업 정도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국내에서 불매운동 등이 확산하며 쌍방의 경제보복이 부각되고 있지만 민간수요에 영향을 줄 뿐 생산 자체가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며 "심리적인 동요가 지나치다보니 상황을 더 비관적으로 보는 것 뿐이다. 정부 차원의 감정적 대응보다 자체적인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둔다면 금융 부문에 미칠 간접적인 영향도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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