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자의 잘못으로 공사가 중단되면 시공자는 발주자에 지체상금을 지급할 책임을 진다.

지체상금은 시공자가 일의 완성을 지체할 경우 발생하는 손해를 배상하기로 미리 약정한 것으로, 공사도급계약에서는 지체일수에 비례해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발주자의 잘못으로 공사가 중단된 경우는 어떨까.

일단 공사가 중단된 기간에는 공사물량의 증가가 없기 때문에 시공자가 추가로 지출한 직접공사비도 없다.

그러나 시공자는 공사물량의 변동과 관계없이 공사가 중단된 기간에 연동해 간접공사비를 지출하기 마련이다.

관급공사에 통용되는 공사계약 일반조건은 간접공사비를 실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계약금액에 반영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공자는 간접공사비만을 지급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47조 제4항에 따르면, 발주자의 잘못으로 공사정지 기간이 60일을 초과한 경우 발주자는 초과한 기간에 대한 잔여계약금액에 초과일수와 대출평균금리를 곱해 산출한 금액을 준공대가 지급 시 줘야 한다.

시공자로서는 아무 잘못 없이 잔여공사대금을 그만큼 늦게 지급받는 손해를 입기 때문에 이를 전보해주려는 취지다.

통상 '금융손실비용'이라고 하는데, 간접공사비와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하급심 판결이다.

문제는 발주자의 잘못으로 공사가 중단된 이후 공사가 재개됐다가 시공자의 부도 등으로 중도타절된 경우다.

공사가 준공되지 않은 이상 시공자가 발주자에 최초 공사 중단으로 인한 금융손실비용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견해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선행한 발주자의 잘못이 이후 공사가 중도타절되었다는 전혀 별개의 사정으로 면책된다는 결론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공사계약 일반조건 제47조 제4항은 이러한 상황까지 예견하고 마련된 규정이 아니다.

결국 공사도급계약에 당사자들이 예상치 못한 흠이 존재하는 셈이다.

공사재개부터 중도타절까지의 기성공사대금만을 잔여계약금액으로 인정하는 것은 이러한 흠을 보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시공자가 공동수급체일 경우에는 더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대법원은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를 민법상 조합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공동수급체가 아닌 개별 구성원으로 하여금 그 지분 비율에 따라 직접 발주자에 대해 권리를 취득하는 명시적·묵시적 약정을 한 경우에는, 공사대금 채권 등이 개별 구성원에게 분할 귀속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시공자의 금융손실비용 채권도 개별 구성원에게 분할 귀속될 수 있다고 볼 것인가. 만약 일부 구성원이 공동수급체에서 탈퇴한 경우에는 어떠한가.

결국 공사계약 일반조건을 개정·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간접공사비 청구 소송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과 달리, 금융손실비용 청구의 경우 시공자들이 그 내용을 알지 못하거나 발주자의 이익만을 고려한 편파적인 해석으로 인해 권리행사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심지어 금융손실비용 청구를 배제하는 공사계약 특수조건이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위 특수조건은 약관규제법이나 지방계약법 등의 강행규정에 반해 무효가 될 수 있다.

시공자가 아닌 발주자의 잘못으로 공사 기간이 늘어난 공공공사 현장이 3곳 중 1곳꼴이라고 한다.

발주자와 시공자 어느 일방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인 계약조정이 절실한 때다. (법무법인 충정 김병희 변호사)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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