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악재가 맞물리면서 은행주 시가총액이 이틀 새 3조원이나 증발했다.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을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데 이어 지난 2일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데 따라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된 데 따라서다.

여기에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 3천억 달러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도 함께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外人 매도세에 시총 3조 증발…매도 상위권에 은행주 포진

6일 연합인포맥스 종목별 시가총액비중 추이(화면번호 3147)에 따르면 지난 5일 거래된 신한·KB·우리·하나·BNK·DGB·JB금융지주, 그리고 기업은행과 제주은행 등 9개 은행주의 시가총액은 67조9천5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 전인 지난 1일(70조8천150억원)과 비교하면 2조8천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백색국가 제외가 결정되면서 3조원 가까운 시총이 사라진 셈이다.

실제로 주요 은행주 주가는 2일을 기점으로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한지주와 KB금융 주가는 2일 각각 4만2천750원, 4만1천500원으로 전일 대비 3% 넘게 하락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일 각각 4.20%, 3.69%의 낙폭을 보인 데 이어 5일에는 연저점을 찍었다.

주가 하락을 이끈 것은 단연 외국인이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외국인은 은행주를 1천억원 넘게 팔았다.

KB금융의 경우 1일만 해도 약 44억원에 그쳤던 외국인 순매도 금액이 백색국가 제외 결정이 발표된 2일에는 184억원까지 뛰었다. 하나금융 역시 1일에는 외국인 순매도 금액이 33억원가량이었으나 2일에는 180억원으로 늘어났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급증하며 은행주는 외국인 순매도 상위종목에도 이름을 올렸다. 1일부터 5일까지 합산한 결과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는 외국인 순매도 상위종목 5위와 7위, 11위를 각각 차지했다. 기업은행이 16위로 뒤를 이었고, 우리금융지주가 24위, DGB금융지주가 38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외국인 매도세가 불거진 데는 한일 갈등뿐 아니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되는 조짐을 보인 데다 백색국가 제외 발표 등 한일 갈등도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며 "외국인들은 2주 전 은행주를 980억원 순매도한 데 이어 저번주에도 1천36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매도 강도가 거세지고 있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 시중銀 연저점 찍는데 JB는 '탄탄'

단 종목별로는 차별화되는 모습도 있었다.

우리금융·하나금융·DGB금융·기업은행·제주은행 등 5개 종목은 5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연저점을 찍은 반면, 신한지주와 JB금융지주 등은 되레 올랐거나 하락폭이 적었기 때문이다.

5일 기준으로 가장 하락폭이 컸던 곳은 제주은행으로, 3.67% 하락한 4천200원에 마감했다. DGB금융지주가 2.75%, 하나금융지주가 1.47% 하락하며 뒤를 이었다.

지난 2일 유일하게 4%가 넘는 낙폭을 보였던 우리금융지주도 5일에는 1만2천300원까지 밀리면서 연저점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비해 신한지주는 5일 0.70% 상승한 4만3천50원으로 마감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JB금융지주였다. JB금융은 백색국가 제외 결정이 난 2일에도 9개 은행주 중 유일하게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발표된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47.5% 급증하면서 지주사 설립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JB금융은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순익 발표와 더불어 타행과 달리 순이자마진(NIM)이 큰 폭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분석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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