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중국의 환율 문제를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IMF에 환율조작 문제를 공식 거론하겠다는 것이지만,공식적인 규제로 이어지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부의 이번 발표는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에서 규정한 것을 그대로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

해당 법에서는 재무부 장관이 해외 다른 나라가 부당한 경쟁적 환율 절하에 나선다고 판단할 경우 신속하게 양자나 다자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1988년 종합무역법을 도입한 이후 1992년과 1994년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당시도 미국은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그럼에도 1992년과 1994년 미국의 대중 환율정책에 대한 압박은 중국의 환율 개혁을 끌어냈다.

미국은 일련의 협상으로 중국이 환율체계를 상당히 개선했다고 평가하며 1994년 12월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지정한 것을 거둬들였다.

1994년은 중국이 이중환율제도를 폐지하고, 환율을 단일화한 때다. 또 관리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해 1994년부터 1997년까지 위안화 환율을 4.8%가량 절상시킨 바 있다.

재무부가 일단 교역상대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대략 1년간의 양자 회담이 진행된다.

회담이 실패할 경우 미국 기업들의 해외투자기구인 해외 민간투자공사(OPIC)의 중국 내 차입 활동이나 중국 기업들의 미국 정부 입찰 계약에 참여를 금지할 수 있다.

미국은 수년 전 1989년 톈안먼 유혈진압을 근거로 중국 내 OPIC 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정부 입찰 계약에도 중국은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할 수 있는 직접적인 제재는 많지 않다.

재무부는 당장 IMF와 이 문제를 협의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IMF는 이와 관련해 즉각적인 언급은 내놓지 않고 있다.

IMF는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중국의 위안화가 경제 펀더멘털에 대체로 부합한다고 평가했으며, 위안화의 평균 실질 실효환율은 지난해 1.4% 절상됐으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는 0.2%가량 절하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달러화 가치는 단기적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6~12%가량 절상됐다는 게 IMF의 평가다.

미국은 중국의 환율 조작 문제를 오는 10월 14~2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 연차 총회에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당 이슈는 IMF 총재직 선임과 맞물려 있어 공식 의제에 채택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이 중국과 즉각적인 대화에 나설지도 불확실하다.

미국과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매년 두 차례 열리는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환율 문제를 정기적으로 논의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마저도 트럼프 행정부 들어 회의는 중단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중 고위급 무역 회담에서 환율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협상은 더욱 험난해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무역전쟁을 격화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CNBC는 환율조작국 지정은 대개 상징적이라며 다만 이번 건은 미·중 무역전쟁을 고조시킨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PGIM 픽스드인컴의 나단 시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수사적인 문제로써 이번 건은 매우 큰 사안이다"라면서도 "1988년 법령에서 구체적인 처리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IMF에 이를 회부해 그들과 논의하는 것에 대한 것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환율조작국 지정이 미 상무부의 상계관세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상무부가 앞서 자국 통화를 달러화에 절하하는 행위를 불법적 무역 보조금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에 달러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국가에 대해 미국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상무부는 통화 가치의 평가절하를 환율보조금으로 규정해 상계관세의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만약 상무부의 제안이 최종 확정된다면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중국 상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수많은 무역 제재에 수문(floodgates)을 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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