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5일(미국시간) 사설에서 경제에 미칠 여파가 다른 차원을 향해가고 있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에서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최근 중국에 관세 위협을 가한 영향으로 금융 시장에서 대학살(carnage)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미국이 9월부터 중국산 수입품 3천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10%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전날 중국은 위안화 절하로 맞불을 놨고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와 달러화, 금 가격은 상승했다.

신문은 관세 공격을 가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위안화 약세의 설계자(architect)라며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와 경기 둔화를 반영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위안 환율이 11년 만에 7위안을 상향 돌파했으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신문의 입장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비난한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점이다.

신문은 중국이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위안화 약세에 제동을 걸 유인이 있다면서 2015~2016년에도 자본 이탈에 대응해 외환보유고를 1조달러어치 동원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문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환율전쟁의 여파를 감당하고 있다며 이날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1.4% 떨어진 한국은 피해자 중 하나라고 전했다.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이 많으므로 위안화 블록의 일부이지만 여전히 달러화 블록의 일부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환율 변동이 달러 빚을 지고 있는 한국 기업 및 금융 기관에 부담을 준다며 자본 유출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문은 일본의 경우 안전자산 선호 움직임에 따른 엔화 강세를 겪고 있다면서 해외 투자 수익을 갉아먹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통화전쟁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관세 공세와 달리 환율 경로의 충격에는 외환 시장이 과민반응하고 예상치 못한 피해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선전에 있는 기업이 달러 빚을 갚을 때까지 얼마나 큰 부담을 느낄지 알 수 없다는 게 신문의 견해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공격으로 중국에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여길 것이라며 시장은 잘못된 판단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중국과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작년 1월 대비 낮아졌다.

지난 2년 동안 미국 기업의 실적이 호조를 보였지만 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 속에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3%에서 2% 수준으로 낮아졌다.

기업 투자는 줄고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불황에 다가서는 분위기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공격하는 동시에 미국 경제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며 때때로 무역전쟁은 모두에게 나쁜 결과를 안겨준다고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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