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일본 불매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식품·화장품 등 유통기업들도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일본산 원료까지 교체하는 등 '탈(脫)일본' 바람이 불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일본산 원료 등 의존도는 미미하지만, 자칫 불매운동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발 빠르게 선 긋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청정원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상은 식품 첨가물과 식품소재를 사용하는 상품을 대상으로 대체재 가능 여부를 검토 중이다.

대상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수급 자체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본산 원료나 포장재가 사용되는 제품의 거래처를 바꾸려고 노력 중"이라며 "국내개발 가능 여부를 포함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대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업체들은 일부 가공유에 사용되고 있는 일본 향료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커피 맛 우유 등에 들어가는 일본산 향신료를 이르면 다음 주부터 싱가포르 등 제3국 제품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남양유업도 일본산 원재료를 대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말부터 판매하던 일본 유명 치즈 브랜드 QBB와 수입 판매 계약 종료 절차를 밟고 있다.

오뚜기는 즉석밥 용기 중 일부가 일본 제품이라는 논란이 일자 국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산 용기가 전체 물량 가운데 5% 정도로 미미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일본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자 조기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일본산 용기는 경제보복 이슈 전에 발주한 것으로 소진되면 국내산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향후 100% 국산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도 햇반에서 쌀의 맛과 향을 보존해주는 미강 추출물을 일본산에서 국산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일제당은 햇반에 들어간 미강 추출물이 후쿠시마 지역에서 수입된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포장재 등 일본산 비중이 압도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최대한 대체 가능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일본산 와사비를 국내산이나 중국산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하고 있으나 품질을 맞추기 쉽지 않고 일본산 카레, 라면 등의 발주를 중단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도 대체재 마련에 고심 중이다.

불매운동이 화장품 원재료까지 번지면서 소비자들의 오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이번 이 기회에 대체 원료 확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산 원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본 원재료 의존도를 낮춰왔다. 그 결과 50%가 넘던 일본 화장품 원료 수입 비중은 20%대까지 떨어졌다.

화장품 R&D·생산 전문기업 코스맥스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원료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화장품 원재료의 국산화와 원천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콜마도 근 선크림에 들어가는 이산화티타늄 분말을 대체할 수 있는 징크옥사이드 개발에 성공하는 등 원재료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일 갈등과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불매운동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괜히 일본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을까 최대한 대체 상품 및 원료를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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