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안요소가 확산하면서 금융주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은행주 등이 연중 최저치를 넘어 금융위기 수준까지 주가가 떨어졌지만, 추가 금리인하 등을 고려하면 반등보단 추가 하락의 여지가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9일 연합인포맥스 업종공매도 현황(화면번호 3480)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이 가장 컸던 업종은 보험업과 은행업이다.

지난 1일부터 보험업은 거래량의 18.22%가 공매도 물량으로 집계됐다. 은행업은 11.87%였다. 대금 비중으로는 은행업이 12.07%로 전체 산업군 중 가장 많았다.

금융주 공매도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지난 2일부터다. 평소 전체 거래비중에서 2~3% 수준에 불과했던 공매도는 2일을 기점으로 두 자릿수대로 늘었다.

보험업의 경우 한화생명은 거래비중의 20~40%가 공매도 물량이다. 지난 6일에는 45.75%까지 치솟았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 2일 거래비중의 24.36%를 기록한 이래 20%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업 중에서는 DGB금융지주가 지난 6일 19.89%까지 공매도 거래비중이 급증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6일과 7일 각각 17.18%와 18.2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도 17% 안팎을 보였다.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도 비슷한 흐름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주로 쓰는 투자법이다.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실제로 하락하면 싼값에 사들여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 금융주 공매도 거래 물량의 대부분은 외국계 기관투자자로 추정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공매도 비중이 아직은 걱정되는 수준이 아니지만 20% 이상 넘어간다면 변동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외국계 큰손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산업에 비해 금융주에 공매도가 몰리는 배경은 당국의 규제와 앞으로의 금리 하락 추세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산업이어서다.

보험업은 신(新) 지급여력제도(K-ICS)와 새 회계기준(IFRS 17)에 따른 부담, 은행업은 예대율 규제 등 자본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도 저금리 추세를 지속하며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금융회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산의 가치는 다르지만 영업의 수익성 면에선 현재의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특히 은행업의 경우 펀더멘털에 의한 시장의 의구심은 이미 해소된 상황인데도 외국인 매도세가 끊이지 않고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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