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강화되면서 국내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지수가 8월 들어 2,000선 밑으로 곤두박질했다. 지난 5일에는 전일보다 2.56% 급락했다. 같은 날 코스닥지수는 하루 만에 7.46% 폭락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도 7월 말 1,183.10원에서 8월 5일엔 1,215.30원으로 사흘 만에 32원 치솟았다.

이렇다 보니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불안심리도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과의 경제전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겪었던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자본 유출을 뜻하는 '서든스탑(Sudden Stop)'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고 격정이다. 우리나라가 '제2의 IMF 외환위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때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이탈도 감지된다. 외국인들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5영업일 동안 1조5천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채권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면 상황이 다르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2차 경제보복을 강행한 지난 2일을 비롯해 외국인은 8월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원화채를 순매수하고 있다. 채권 만기상환을 고려한 외국인의 원화채 보유잔액도 7월 말 124조1천521억원에서 7일 123조5천825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모양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으로 돌아가 보면 9월 9일 52조2천억원이었던 외국인의 원화채 보유잔액은 16일 47조2천억원으로 줄었고, 이듬해 6월엔 34조6천억원으로 급감했다. 외국인 채권자금이 국내에서 5영업일 동안 5조원 이상 빠졌고, 이후 9개월 동안 17조6천억원이나 유출됐다는 의미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8일 외환ㆍ국제금융 대책반 회의를 통해 미중 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됐음에도 일본계자금을 비롯해 외화 유동성에 특이동향이 없다고 평가를 한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는 과거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금융시장의 급변동에 과민하게 반응했던 학습효과 등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시장전문가들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의 한 임원은 "원화채나 한국물에 대한 외국인의 평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최근 만난 해외투자자들도 일본 이슈에 대해 별로 질문하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질의하는 투자자들도 정치 이슈로 보는 측면이 크다. 궁극적인 해결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관련 이슈로 한국물의 가격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보는 투자자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채권과 달리 성장성을 많은 보는 주식의 경우에는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수출 보복 등을 이유로 앞으로 6개월 정도는 한국의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조할 것으로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이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이탈과 이에 따른 국내금융시장의 패닉이 전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요 나라와 투자기관이 일제히 디레버리징에 나서면서 원화를 비롯한 투자자산을 줄였던 것과 달리, 지금은 세계적인 저금리기조로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을 줄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그렇다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에 대해 마냥 안심하기는 이르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시장참가자들의 불안심리가 과도하게 증폭되지 않도록 외국인 투자자금에 대한 모니터링과 환율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외환 당국의 역할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해외자본 유출입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가격변수에 대한 관리능력도 절실하다. 특히,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현상과 더불어 과도한 원화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외국인의 채권 투자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외환스와프와 통화스와프(CRS) 등 외화자금시장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로 11시 2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인포맥스 금융정보 서비스 문의 (398-5209)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