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중국 인민은행(PBOC)의 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 고시에 대한 금융시장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도 원화의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 모습이다.

외환 당국의 꾸준한 안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7위안선을 넘어선 이른바 '포치(破七)' 시대에 접어든 데 따라 '달러 롱, 원화 숏'은 불가피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9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5일부터 최근 4거래일간 전일을 제외하고 저점을 꾸준히 높였다. 특히 지난 7일에는 무려 1,211.20원에서 하단이 지지되면서 바닥이 높아진 레인지 장세를 형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역내외 달러-위안, 달러-원 환율 추이 *자료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402)>

실제로 포치의 포문을 연 것은 역외 시장 참가자들이다.

포치가 현실화된 지난 5일 PBOC는 기준환율을 달러당 6.9225위안으로 고시했다.

PBOC가 올해 들어 위안화 기준환율을 처음으로 6.9위안 이상으로 올린 데 따라 시장 참가자들은 중국 정부가 포치 용인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했고 달러-위안(CNH) 환율은 단숨에 7위안대로 솟아올랐다.

PBOC가 고시하는 역내 위안화(CNY)가 환율 레벨을 정하는 '앵커'의 역할을 한다면 역외 위안화(CNH)가 바람을 타고 방향성을 결정하는 '돛'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난 6일 7.1398위안까지 올랐던 달러-위안(CNH) 환율이 이후 7위안대 초반에서 안정을 되찾자 1,220원을 웃돌던 달러-원도 점차 1,210원 아래에서 상단이 눌리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간의 중국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방식을 보면 일방적으로 환율 레벨을 낮출 목적으로 개입을 하진 않았다.

수출 경기 등을 고려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는 측면도 있었으나 꾸준한 달러 매도 개입을 통해 기준환율 상승 고시를 병행했고 역내 환율(USD-CNY)과 역외 환율(USD-CNH)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시장 참가자들은 본격적으로 PBOC가 위안화 절하를 통해 환율을 무기로 사용할 경우 아시아 통화는 위안화 돛을 달고 뚜렷한 방향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통화들이 절하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며 새로운 '위안화 블록(renminbi bloc)'이 형성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기존의 '달러 블록'에서 위안화 블록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면서 우리나라 원화를 포함해 호주 달러, 말레이시아 링깃이 이 블록에 포함된다고 봤다.

호주달러에 영향을 받는 뉴질랜드 달러도 이에 동조한다고 볼 수 있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지난 5일 PBOC가 6.9위안대 고시한 후 역외 달러-위안(CNH) 시장에서 더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7위안대를 뚫었다"며 "중국 외환 당국이 역외 환율도 어느 정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별한 관리 없이 절하 고시를 할 경우 시장에 시그널을 보내 포치를 의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후엔 역외, 역내 환율 누가 먼저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을 따라가는 모습"이라며 "원화가 위안화를 거의 추종하는 모습이고 최근엔 원화 프록시 거래보다는 역외 위안화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른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도 "장중 위안화 픽싱이 매우 중요하다"며 "어제 중국 당국의 매도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나오면서 달러-위안(CNH) 환율이 밀렸으나 이미 7위안 부근에서 롱포지션이 많이 쏠려 있어 이에 대한 포지션 정리 영향도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안화 흐름을 보면 원화 숏으로 보면 실패하는 장"이라며 "물론 외환 당국의 안정화 노력이 있지만 여전히 완전한 '롱 장'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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