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과 한국이 미·중 환율전쟁에서 가장 큰 패자(biggest losers)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명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8일 닛케이아시안리뷰 기고에서 한 주 전만 해도 한국과 일본이 국가적 명예와 경제적 공정성이란 명목 하에 서로 정책적 갈등을 보였으나 "이제 아시아에서 2번째로, 그리고 4번째로 큰 경제국은 도널드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의 (위안화) 절하의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관세가 중국 경제에 영향을 주면서 양국 경제가 최악의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페섹은 "파급 효과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중국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위안화 가치가 심리적 중요선인 7위안 아래로 떨어지도록 용인했다. 이후 몇시간 지나지 않아 미국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페섹은 지난 2년간 중국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떠받쳐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진핑이 죄책감 없이 위안화를 절하할 수 있도록 트럼프가 녹색등을 켜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중국 수출이 전년 대비 1.3% 감소했는데 이는 1분기 GDP 성장률인 6.2%가 올해 수치 중 최고치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페섹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통화 약세는 중국의 수출 엔진을 되살리는데 딱 필요한 것일 수 있으나 일본과 한국,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경제가 둔화하고 있는 국가들에는 원치 않는 일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무분별한 하락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좋은 뉴스지만, 위안화가 7위안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 합의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는 점을 시사하며 이는 아시아 국가 경쟁력에 직격탄이 된다고 판단했다.

페섹은 이미 좋지 않은 한국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16.3% 감소했고 중국향 반도체 출하는 28% 이상 줄었다.

그는 일본도 마찬가지라며, 트럼프 대 시진핑이란 연극에서 투자자들이 피난처를 찾음에 따라 엔화가 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엔화 가치는 3% 올랐으며, 이는 일본 기업들이 임금을 올릴 확률을 떨어뜨린다.

페섹은 아베 정권이 환율조작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바라지 않지만 일본은행과 정부가 엔화 강세를 제한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페섹은 "무역전쟁과 더불어 환율전쟁은 1997년과 같은 경쟁적 절하(통화가치 하락) 가능성을 높인다"며 "이는 또 다른 역내(아시아)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격동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아시아에겐 필요없는 충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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