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입증책임 당국으로 전환…1천100개 규제 일괄정비

'한목소리' 위해 매월 금융위·금감원 부기관장 회의 정례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오는 12월부터 금융당국이 종합검사 대상이 되는 금융회사에 한 달 전 검사 여부를 의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또 규제입증책임을 금융당국으로 전환해 총 1천100개에 달하는 규제도 일괄 정비한다.

금융당국은 그간의 불합리한 감독 관행을 전면 개편하고자 부기관장급 회의를 정례화해 매달 한 차례 이상 논의를 진행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2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 혁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감독 혁신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지난 3월부터 전문가 협의를 거쳐 금융회사의 진입과 영업, 검사, 제재 전 단계에 걸친 금융감독 개선방안 마련을 준비했다.

이번 혁신안에 따르면 우선 진입단계에서는 핀테크기업과 같은 혁신적인 사업자가 금융업에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절차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운용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소극행정이나 갑질 신고조사를 통해 금융당국이 법규상 불필요한 서류제출을 요구하거나 이유 없이 인허가 신청접수를 거부하고 지연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다만 명백한 요건 부족일 경우엔 예외적으로 반려가 허용된다.

인허가는 금감원의 사전 컨설팅을 통해 과정 전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금융위원장 또는 금감원장의 전결처리를 확대해 심사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외국계 금융투자회사가 지점에서 법인으로 조직을 변경하는 사안 등은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원스톱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영업단계는 수요자 입장에서 1천100여개의 금융규제를 전수 조사해 정비한다.

첫 대상은 92건에 달하는 보험법규다. 이후 자본시장법규(330건)와 금융산업·제도분야(368건) 등 총 789건의 금융위 소관 규제를 손볼 예정이다. 또 39건이 행정지도와 282건의 금융협회 내 모범규준, 가이드라인 등도 존폐까지 모두 재검토한다.

아울러 금융회사가 당국을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법령해석과 비조치의견서를 신청할 수 있도록 익명신청제도도 도입한다. 만약 비조치의견과 관련해 쟁점 사항이 존재한다면 외부 전문가와 금감원 직원으로 구성된 별도 협의기구를 통해 한 달 내 회신해 줄 방침이다.

검사단계에서는 새롭게 부활한 종합검사의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검사의 투명성,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피검 대상은 금융권 의견수렴을 거쳐 선정해 대외에 공개한다. 현재 1주일 전에 알려주는 사전통지는 1개월 전으로 늘려 검사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종합검사 실시 전후 3개월간은 부문 검사를 실시하지 않으며, 차년도 종합검사 대상을 선정할 때 종전 검사결과를 반영해 선정대상에서 제외하는 실질적인 인센티브도 제공하기로 했다.

피검사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제제 확정 시점 설정하기로 했다. 종합검사는 180일, 준법성 검사는 152일이 기준이다. 검사 결과 처리와 관련해 금감원이 금융위에 요청하는 유권해석은 최장 30일 내 회신해야 한다.

그밖에 삼성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등의 사례처럼 금감원이 분쟁조정을 위해 해당 금융회사를 압박할 목적으로 검사나 제재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회를 통해 제기돼온 만큼, 향후 소송으로 진행되는 사안의 결과에 대해선 준법성 검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 제재단계에서는 혁신금융을 위해 금융회사 직원에 대한 면책조항을 활성화하고 제재 양정기준을 구체화했다.

동산담보대출과 기술력·영업력 기반의 대출 등 혁신금융 세부과제를 지원하면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한 적극적으로 면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용조사나 사업성 검토 부실, 부정청탁 등은 해당 사항이 없다.

감사원이 적극행정면책과 관련해 당사자의 신청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금융회사 신청에 따라서도 면책 여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더불어 임직원 제재 양정기준의 '비위의 도가 심하거나 중과실, 기타 위법'과 같은 모호한 기준을 위반 정도와 동기를 고려해 세분화하고 이에 따른 양정기준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제재대상자의 방어권을 강화하고자 현재 제재심의위원회 조치 안건을 3일 전부터 열람할 수 있는 것도 5영업일 전으로 늘리기로 했다. 만약 제재심에서 시장 파급효과가 크거나 쟁점 사안이 있으면 법률대리인 외에 시장전문가나 업계 관계자 등의 진술도 허용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혁신안을 신속히 마련하고자 매월 1회 이상 부기관장급 회의를 정례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파급효과가 큰 사안은 반드시 협의체를 통해 사전 협의나 현안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분담을 통해 양 기관의 입장을 조율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또 금융감독 혁신에 대해 금융회사와 소비자 만족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매년 외부전문기관을 통한 설문조사도 한다. 금융위는 정부 업무평가에, 금감원은 성과평가에 해당 조사 결과를 반영할 계획이다.

손 부위원장은 "혁신금융의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제도개선 못지않게 감독 당국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경기의 룰이 바뀌더라도 심판인 감독 당국이 종전의 엄격한 잣대와 관행을 계속 적용한다면, 금융권의 혁신 노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정부도 긴 호흡으로 금융권과 함께 혁신금융 과제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정례협의체 운영을 통한 위-원간 긴밀한 소통과 외부평가로 지속적인 감독혁신 추동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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