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이마트가 올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주가가 10만 원 선 마저 깨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주가는 지난 9일 종가 기준 전일 대비 1.3% 내린 10만9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역대 최저치로 2분기 299억원 영업적자 실적을 발표한 직후다.

이마트가 분기 기준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3년 창사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 "10만원선 붕괴 시간문제…단기 주가회복 힘들어"

이마트 주가는 올 1분기 어닝쇼크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 4월 주가 부양 차원에서 이마트 주식 14만주(약 241억 원어치)를 매입하면서 18만1천500원까지 반짝 올랐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히려 3분기 들어서만 22% 넘게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지난 9일 기준 이마트 시가총액은 3조835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2천999억원)와 비교해 3조2천164억원 줄었다. 1년 만에 시총 절반이 날아갔다.

시장에서는 이마트가 당장 회복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판단에 10만 원 선이 깨지는 건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이날 보고서를 내놓은 국내 증권사 12곳은 모두 이마트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적자는 예견됐었으나 적자 폭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그 충격은 더욱 컸다"며 "내수 성장세가 당초 예상 대비 더 빠르게 둔화하고 있고 온라인 사업 적자도 축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논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적자가 반영된 올해 주가수익비율(P/E)이 13배 수준으로 낮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 회복은 힘들다"며 "다만 하반기를 기점으로 오프라인 매장(부동산)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가격파괴 앞세운 사업 혁신 성공할까

이마트는 하반기 생존을 위한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설 계획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달 2분기 잠정 실적을 보고받고 올 초 짜놓은 사업계획보다 더 강력한 구조조정 방향 및 계획 수립을 지시한 바 있다.

우선 이마트는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계획이다.

전문점 중에선 수익성이 좋은 전자전문점 일렉트로마트와 노브랜드 등에 집중하고 적자가 나는 헬스앤뷰티(H&B) 부츠 매장은 축소하기로 했다.

이마트 안에 일렉트로마트를 입점시켜 드론을 날리고, 가상현실(VR)을 체험하는 등 콘텐츠로 20~30대 젊은이들을 마트로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또 푸드코트에 동네 맛집을 들이고 사람들이 많이 머무르는 카페도 유치하고 있다.

단순히 마트에 장을 보러오는 게 아니라 여가를 즐기기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다는 전략이다.

또 괜찮은 제품을 상식 이하 가격에 파는 초저가 전략도 더 강화한다.

이마트는 올 초부터 대대적으로 가격을 인하했다. 마진은 줄었지만, 온라인 쇼핑에 손님을 뺏기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덕분에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 늘었다.

이마트는 대량으로 상품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가격 혁신에 나설 예정이다.

이달 초 내놓은 한 병에 4천900원짜리 와인을 출시해 이익을 낸 것도 한꺼번에 100만 병을 사들이는 조건으로 단가를 확 낮췄기 때문이다.

하반기 새벽배송도 확대한다.

온라인쇼핑몰(SSG닷컴)의 새벽배송 서비스는 서울·경기 17개구로 확대했으며 연말 물류센터 네오 3호(김포)가 오픈하면 1시간에 2천개 주문 처리도 가능해진다.

다만 갈수록 격화되는 출혈경쟁에서 생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통산업발전법규제로 변화한 환경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사업 재편에 투입되는 비용을 따지면 영업 실적이 단기간에 회복되기에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비용이 많이 드는 새벽배송 탓에 올 3분기 쓱닷컴의 온라인 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전문점, 트레이더스, 편의점 등의 신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할인점 본업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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