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난주 미 국채금리의 가파른 하락에 미국에서도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이자를 포함해 더 많은 돈을 돌려받는 것이 한때는 당연한 얘기였다. 이자는 인플레이션, 미상환 위험, 다른 대체 투자 포기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에 금리가 마이너스인 국채만 15조달러를 넘는다. 이는 해당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는 정부에 마이너스 금리만큼의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미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예외였다.

1년 전만 해도 미국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었고, 투자자들은 미 국채금리가 계속 오를 것에 베팅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성장 둔화, 금융시장의 혼란이 이 같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인하했고, 지난주에는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국채금리가 일제히 동반 추락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국채금리도 마이너스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부상했다.

세이지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마크 맥퀸 채권 매니저는 "10년 전에 마이너스 금리를 제안하면 사람들은 방에서 웃었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마이너스 금리에 아주 빠르게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중에 미 국채금리가 이 정도 수준까지 낮아졌던 경우가 없지는 않다. 2016년에도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역대 최저인 1.3% 수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당시와 다른 점은 현재 많은 투자자는 경기 전망을 낙관하지 못하며 이를 되돌릴 정책도 부재하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1.74%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지난주에는 한때 1.6%대까지 하락했다.

수익률 하락은 일반적으로 경제에 불길한 징조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이 더딘 성장과 인플레이션 하락을 예상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국채금리가 현 수준에서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아직은 마이너스 금리를 예상하는 이들이 소수에 불과하다.

니코 에셋 매니지먼트의 안드레 세베리노 글로벌 채권담당 헤드는 "우리는 현 금리 수준에 약간 당혹스럽다"라며 "이는 아마겟돈(종말을 초래하는 대전쟁)이 가격에 매겨진 격이다"라고 지적했다.

금리 하락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던 유럽과 일본은 여전히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어 마이너스 금리가 경기 회복에 일조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픽테트 에셋 매니지먼트의 안드레스 산체스 발카자르 채권 헤드는 저금리는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좋은 것도 아니라며 저축자들이 은퇴에 기대한 만큼의 이익을 얻지 못할 경우 이는 사회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데는 회의적이지만, 경제가 악화하고 연준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재개한다면 마이너스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더 빨리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최근 몇 주간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압박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침체에 들어설 경우 금리를 인하할 여지는 더 줄어들게 되며 이 경우 마이너스 금리나 채권 매입과 같은 이례적 정책을 도입해야 할 위험은 더 커지게 된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284)에 따르면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은 0.07%까지 떨어진 상태다.

TIPS는 투자 원금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뒤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으로 대표적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다.

TIPS가 0.07%라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할 경우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이미 제로에 근접했다는 의미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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