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英 금리연계 DLS·DLF 4천억 9월부터 만기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우리은행이 판매한 수천억원 규모의 독일과 영국 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부 투자자들 중심으로 불완전판매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측은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대응책 마련에 나섰으나 원금손실형 상품을 제1 금융인 시중은행이 공격적으로 판매한 것을 두고 비이자수익을 노린 영업이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 비상대응반 꾸린 우리銀…'직원 달래기' 골몰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은 법무법인 지평과 함께 최근 판매된 '금리연계형' DLS(파생결합증권)와 DLF(파생결합펀드) 투자자 관련 소송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은행 내에서는 정채봉 국내영업 부문장 주도하에 핵심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TF를 꾸렸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WM 그룹장을 맡은 정종숙 부행장에게 기존 업무보다 이번 사안의 해결에 주력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 해당 상품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감지된 것은 지난달부터다. 20~30%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투자자들이 환매 여부를 문의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본점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PB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다만 본점 제시안은 고객을 안심시키라는 내용에 집중됐다는 게 PB들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PB는 "상품을 처음 팔 때도 손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 초점을 둬 판매하도록 했고 이후 환매 문의가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심각성을 인지한 직원들이 수차례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고 직원 대표단이 본점을 찾아가는 등 단체행동에 나섰지만, 초동대처가 부족해 원금을 조금이나마 건질 기회를 투자자들이 잃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PB도 "판매한 직원들의 불안이 커지자 향후 진행될 소송에 대비해 (본점이) 직원 달래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사내 한 자료를 정리하는 것을 보면 이번 사태를 직원들의 탓으로 돌리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 판매 시점에도 녹인베리어(?)…"정기예금서 갈아탔는데"

독일 국채 10년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이번 DLS와 DLF는 만기일에 금리가 마이너스(-) 0.2%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0.5%로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의 60%, -0.7% 아래면 원금 전액을 잃는다. 만약 4~6개월의 만기 시점 당시 금리가 기준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3.8~4.8%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본점 차원에서 제공한 시뮬레이션 자료 등을 기반으로 판매를 진행했다. 지난 2000년 이후 독일 국채 10년물이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한 기간이 단 70일에 불과하고, 1.0%를 하회한 2014년 8월 이후에도 6개월 기준 변동 폭이 금리 구간별로 안정적으로 유지돼 사실상 손실을 볼 가능성이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최고치는 0.2777%(1월 18일)를 기록한 이래 지난 7일에는 -0.6047%까지 하락했다. 이 기간 금리의 변동폭은 무려 0.8824%포인트(p)에 달한다.

무엇보다 우리은행이 해당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했던 지난 3월 말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 대에 진입했지만, 이후에도 판매는 계속됐다. 손실이 가시화되는 -0.2%를 하향돌파한 이후에도 판매는 이어졌다.

함께 판매된 영국 금리상품 역시 마찬가지로 원금이 보장되는 않는 구조다. 이들 상품은 PB센터 등 전국의 지점 200곳 이상에서 약 4천억 원어치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상품 판매에 관여한 PB들만 수백명이다. 사모형 상품이라 개인과 법인 투자자들은 적게는 1억원, 많게는 수십억의 돈을 넣었다.

DLF에 가입한 투자자는 "정기예금 만기가 돼 영업점을 방문했는데 천재지변 없이는 사실상 손실이 나지 않는 상품이라며 추천을 받았다"며 "가입한 지 넉 달 만에 -80%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만기가 코앞이라 수억원의 원금을 모두 잃게 생겼다. 은행에서 가입한 상품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번 상품의 만기는 내달 중순부터 도래한다. 최근 금리 변동성이 커진 만큼 오를 여지도 있으니 일단은 만기 시점까지 기다려보자는 게 우리은행 측의 입장이다.

◇ 비이자이익 골몰한 은행의 비극…금융당국 전수조사

금융권에선 이번 사태가 금리 하락으로 이자수익이 줄어든 은행이 무리하게 비이자수익을 늘리려 한 영업전략의 실패를 보여준 단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DLS 대부분은 하나금융투자와 IBK투자증권 등이 발행했다. 여기에 KB자산운용과 교보악사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등 이례적으로 다수의 자산운용사가 DLF 구조를 설계하는 데 참여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선 이번 상품 구조상 만기가 짧게 설정된 것도 판매사측의 요구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선취 판매수수료가 1%~1.4%라 만기를 짧게 가져간다면 판매사 입장에선 연간 두세번의 수수료를 취득할 수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6천60억원의 비이자이익을 벌었다. 특히 DLS 상품 판매가 집중된 2분기(3천370억원) 비이자이익 증가세는 전분기보다 25.3% 늘었다.

이번 상품을 사실상 채권선물 '숏(short) 포지션'과 같은 고위험상품으로 본 다른 은행들은 본점 차원에서 판매를 검토하다 포기했다.

한 시중은행 WM센터장은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으로 자금유입이 공격적으로 나타나다 보니 같은 지역 타행 영업점들은 타격이 좀 있었다"며 "하지만 은행이 판매하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한 상품인 데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금리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쉽게 금리연계형 상품을 추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선 단체 소송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자 금융당국도 최근 판매된 금리연계형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감원이 들여다볼 예정이고 금융위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손실 보전 가능성은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지만 은행의 영업 행태에 대해선 같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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