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한국이 소재·부품 산업에서 일본 기술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려운 만큼 자유무역체제의 선도 국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부 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경련 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10년 안에 한국의 기술 수준이 일본의 99.5%까지 높아져도, 남은 0.5%의 차이가 일본의 핵심 경쟁력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소재·부품 산업이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비해 한국은 중기술 개발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일 소재·부품 산업에서 자유무역을 통한 무역 증대 효과가 한국과 일본에 각각 368억 달러, 331억 달러로 총 698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 세계에서 1천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낸 한국의 소재·부품 산업이 일본에는 생산기술 차이에 따라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일 소재부품 적자는 2000년 103억 달러에서 2010년 242억 달러로 증가하며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지난해는 151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 교수는 "기술격차 감소와 쌍방향 분업구조 정착으로 인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심화에 따라 대일 소재부품 적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국이 국가 간 분업·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무역체제를 선도해야 한다"며 "조선산업과 반도체 산업, 자동차 산업, 정유 산업, 원자력 산업 등으로 이어지는 조립·제조업의 성공 사례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 기술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중기술 품목 중심의 생산협력과 함께 기술투자 민관 협력과 공동 법인 설립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같은 세미나에서 "한국 소재 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자원 부족국가로 필요 소재를 수입해야 하므로 완벽한 국산화는 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일본 수출규제의 대상인 고순도 불화수소의 탈일본화는 중국산 저순도 불화수소 또는 형석과 황산 수입의 증가를 의미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 논의는 글로벌 무역구조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돼야 한다"며 "한국의 반도체와 일본의 소재 산업은 글로벌 분업과 협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제기되는 한국 반도체의 일본 소재산업 종속론, 과학기술계의 소재·부품 산업 외면론, 대기업의 중소기업 육성 회피 주장 등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소재의 수입은 거부하면서 완제품은 수출하겠다는 발상은 자유무역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한국은 국가 간 분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무역 체계 선도국가로서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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