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최근의 한일 갈등과 관련, 당장은 한국이 분명히 불리하지만, 일본은 장기적으로 더욱 큰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일본의 대표적 영자 일간신문인 재팬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매체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 "양국 간 이견의 구체적 내용은 일본 언론에서 다뤄지지만, 한국 전자 제조업체에 필수적인 전략 물자를 생산하는 국내(일본) 화학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작년에만 한국으로부터 2조2천400억원의 무역흑자를 냈다고 덧붙였다.

이런 흑자가 한국 내에서 불고 있는 일본 불매 운동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동시에 화장품, 맥주 등 한국 내 일본산 제품의 매출 급감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일본 화장품 매출은 20% 가까이 떨어졌고, 일본 맥주는 판매량이 거의 절반 정도로 급감했다. 아사히는 이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렸고, 기린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한국 내 식당과 술집에 대부분의 맥주를 공급하는 산토리는 이번처럼 매출이 크게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고 진단했다.

재팬타임스는 한국 내 일식당도 매출이 20% 가까이 줄어들고, 지자체 등 단체 간의 관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불매 운동은 없다고 마이니치신문 등을 인용해 매체는 평가했다. 일례로 케이팝 상업적 열풍의 진원지인 도쿄의 신오쿠보 지역에 기자가 방문한 결과, 일본 젊은 층의 케이팝 사랑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정부 정책과 문화적 매력을 분리하는 경향이 있는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국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열의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게 마이니치신문 등의 분석이다.

이 신문은 다양한 일본 10대들을 인터뷰한 결과 한국은 일본보다 더욱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했고, 일부는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전했다. 외교적 위기에도 일본에서는 제3의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게 이 매체의 판단이다.

지난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로 최초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한 뒤로 지난 2011년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등의 케이팝 그룹이 등장하며 제2의 한류가 있었다. 지금은 제3의 한류로, 과거보다 파급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대중문화 분야에 한정된 이전 한류 열풍과 달리, 지금은 아이돌그룹에서 화장품, 음식 등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10~30대 여성 18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대 소녀 90%는 한국이 자신들이 따르는 모든 유행의 근원지를 한국이라고 답했다.

일본 내 한류 열풍이 거세진 주요 원인은 소셜미디어로, 이 때문에 주류 언론에서 다루는 양 국가 간의 갈등도 별다른 파급력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젊은 층은 주류 언론에 관심이 거의 없고, 반대로 주류 언론에만 의존하는 사람들은 이런 제3의 한류 열풍을 알지 못한다고 매체는 꼬집었다.

재팬타임스는 "주류 언론이 이것을 다루지 않는 이유는 불명확하지만, 어떤 경우든 케이팝 그룹이 일본 공연장을 매진시키는 일상을 거의 전하지 않는다"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은 주간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런 한일 관계의 대부분은 주류 언론에서 다루지 않고, 실제 마이니치신문에 인용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31.7%가 일본에 좋은 인상을 가졌다고 답했지만, 일본에서는 한국에 좋은 감정을 가진 비율이 20%에 그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팬타임스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갈등이 일본에 매우 나쁜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한국과 일본의 관광 교류 승자는 일본이었지만, 상황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게 신문의 평가다.

실제 나가사키 신문은 지난달 31일자 기사에서 대마도의 한국 관광객이 크게 줄었으며, 일부 숙박업소에서는 예약 규모가 연간 90%까지 감소할 것이란 추정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부터는 양국 간 정기적으로 다니던 여객선 운항도 중단됐다고 덧붙였다.

재팬타임스는 "일본 언론은 현재의 한국 민심을 '반일'로 규정하지만, '반일본정부'라고 표현하는 게 더욱 정확할 것"이라며 "이는 (갈등을 풀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일본에 피해를 주는) 포인트를 얻는 시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매체는 "전직 아사히신문의 한 기자는 최근 인터넷 방송에 나와 일반적으로 진보주의자로 구분되는 문재인 대통령을 악마로 묘사했다"며 "일본 언론들은 정부 입장을 반사적으로 지지하면서 일본 대중에는 어떤 호감도 사지 못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ywk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로 13시 4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인포맥스 금융정보 서비스 문의 (398-5209)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