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2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 국채금리 하락과 홍콩 시위 격화 등 지정학적 위험 고조로 큰 폭 내렸다.

미 국채 가격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 글로벌 성장 둔화에다 홍콩 시위 등 지정학적 우려도 가세해 큰 폭 상승했다. 10년과 2년 국채수익률 격차는 6bp까지 좁혀져 수익률 곡선이 더 평탄해졌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지정학적 위험도 부각돼 하락했다.

뉴욕 유가는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속에도 소폭 상승세를 나타냈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한층 격화하면서 금융시장도 주시하기 시작했다.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하면서 모든 여객기 운항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일 한 여성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빈백건(bean bag gun)'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위가 격화했다.

중국에서는 고위 당국자가 홍콩 시위에 대해 "테러리즘 조짐이 처음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자사 소셜 네트워크에서 중국 군대는 테러 등에 대응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대선 예비선거에서 친기업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좌파 후보에게 크게 뒤지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됐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달러 대비 장중 한때 30% 이상 폭락하면서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아르헨티나 증시 가늠자인 메르발 지수는 37% 폭락했다.

여기에 이탈리아 연정 붕괴에 따른 정국 혼란과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우려 등 각지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들이 불거졌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91.00포인트(1.49%) 급락한 25,896.4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5.95포인트(1.23%) 내린 2,882.7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95.73포인트(1.20%) 하락한 7,863.41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홍콩과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의 정국 불안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1.6%대 초반까지 재차 저점을 낮췄다.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 격차는 장중 한때 7베이시스포인트(bp)까지 좁혀지며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 하락과 장·단기 금리 차 축소는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주 초반 급락 이후 1.7% 선 위로 올랐던 10년 미 국채금리가 다시 하락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한층 커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전 세계 각지에서 지정학적 위험 요인도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중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오는 9월 예정된 양측의 고위급 회담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중국도 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을 7위안선 위에서 꾸준히 올려 잡으며 위안화 절하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하게 했다.

이날 종목별로는 무역정책에 민감한 캐터필러가 2.2%, 보잉이 1% 이상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금융주가 1.93% 내렸다. 재료 분야는 1.6%, 기술주는 1.26% 각각 하락했다.

이날은 주요 지표 발표는 없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금리 하락과 관련한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의 닐 브와인 글로벌 전략가는 "금리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증시에는 분명히 부정적일 것"이라면서 "채권 랠리는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9월 25bp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85.8%, 50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14.2%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17.36% 급등한 21.09를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이하 미 동부시간)께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9.1bp 내린 1.640%를 기록했다.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11.1bp 하락한 2.130%를 나타냈다. 2016년 7월 이후 가장 낮으며, 사상 최저치와의 격차가 3bp로 좁혀졌다.

통화 정책에 특히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5.1bp 떨어진 1.578%에 거래됐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장 10.2bp에서 이날 6.2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 영국 노딜 브렉시트, 글로벌 지표 부진 등에다 홍콩 시위 격화 등이 더해져 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 선호는 더 커졌다.

성장을 저해할 요소가 늘어나 경제 전망이 약해질수록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고, 미 국채 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시아 금융 중심지인 홍콩의 국제공항이 시위대에 의해 점령돼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는 등 지정학적 우려도 커졌다.

뉴욕증시가 낙폭을 확대하면서 미 국채 값은 상승 폭을 키웠고, 미 국채수익률 급락에 뉴욕증시가 더 하락했다.

특히 최근에는 10년과 30년 등 장기물 국채수익률이 단기물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성장과 인플레이션 둔화에 더 베팅하고 있다는 뜻으로, 채권시장이 보내는 경고음이 더 커졌다.

이날 10년과 2년 만기 국채수익률 격차는 장중 6bp까지 좁혀졌다. 2007년 이후 수익률 곡선이 가장 평탄해졌다. 이미 10년과 3개월 국채수익률은 역전됐다.

도이체방크는 "시장에 무역 분쟁이 나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있다"며 "글로벌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이 뚜렷한 것은 무역, 유럽 경제, 다른 위험들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무역전쟁 위험 고조로 미국의 성장률이 0.2% 더 줄어 무역전쟁에 따른 GDP 충격은 총 0.6%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4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나머지 3천억 달러에 대한 10% 관세 부과를 9월 1일부터 예고한 상태다.

국채시장 랠리에도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중간 주기 조정'으로 내세운 7월 금리 인하 기조를 반드시 철회할 것으로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단기물 국채수익률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이체방크는 "금리 인하가 더 장기적일 것으로 연준이 예고할 경우, 10년 국채수익률은 1.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포트 글로벌 증권의 톰 디 갈로마 국채 트레이딩 매니징 디렉터는 "이날 경제 지표가 없어서 위험 관련 헤드라인과 주식시장 방향이 미 국채 값을 결정했다"며 "글로벌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어, 여전히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1.5%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알파심플렉스의 캐스린 카민스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주 이후 자산시장 전반에서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이 대거 나타났다"며, 그러나 "지금 당장 채권에서 빠져나가야 할 실제적인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케빈 기디스 채권 대표는 "전 세계가 이렇게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한, 자금이 미 국채 같은 달러 표시 채권으로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어, 펀더멘털은 당분간 잊는 편이 낫다"며 "지표가 강하든 약하든, 실적이 계속 깜짝 상승하든, 상황이 보기보다 나아지는지는 현재로선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이하 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5.315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5.604엔보다 0.289엔(0.27%) 내렸다.

유로화는 달러에 유로당 1.12127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2028달러보다 0.00099달러(0.09%) 상승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18.08엔을 기록, 전장 118.31엔보다 0.23엔(0.19%) 내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12% 내린 97.428을 기록했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홍콩 시위대가 홍콩 공항을 점령하는 등 긴장이 고조돼 안전통화인 엔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아직 준비돼 있지 않다면서, 9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 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암시했다.

달러-엔은 장중 105엔대 초반까지 내려가 올해 초 플래시 크래시를 제외하고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엔화는 이달 들어 3% 이상 올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가장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제적 우려가 커질 때 엔화는 안전통화 지위 때문에 대체로 강세를 보이지만, 이번에는 달러 약세 베팅까지 더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는 등 달러는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스마트커런시의 존 말리 선임 외환 컨설턴트는 "지속하는 엔화 강세는 달러가 곧 약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심리 전환의 또 다른 신호"라며 "특히 개입 공포가 더 정당화될 경우, 달러는 추가로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턴 유니온 비즈니스 솔루션의 조 마님보 선임 시장 분석가는 "엔화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올해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며 "무역 전쟁이 길어질수록 글로벌 경제에 부담이 되고 세계 경제를 저해하며 시장 활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달 초 중국이 심리적으로 중요한 달러당 7위안 선을 웃도는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 뒤, 시장에서는 미국이 이에 대응해 달러 약세를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무역전쟁에 이어 환율전쟁 공포를 자극하는 부분이다.

엔은 유로에 대해서도 상승해,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코메르츠방크의 에스더 레이첼트 외환 전략가는 "위험 지표와 글로벌 시장이 더 변동성을 나타내고, 엔화는 이런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며 "엔이나 스위스 프랑과 같은 안전통화가 계속해서 유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이탈리아 연정 붕괴, 친기업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대선 예비선거에서 크게 뒤진 것 등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 요인도 커졌다.

달러-아르헨티나 페소는 장중 30% 이상 급등해, 페소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ING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확실성 역시 안전통화인 스위스 프랑 수요를 늘리고 있다"며 유로-스위스 프랑이 1.0800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유로-스위스 프랑은 2017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에서 거래됐다.

시장은 중국 경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지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경로에 힌트를 줄 이번 주 후반 잭슨홀 심포지엄 등을 앞두고 전반적으로는 조용했다. 8월 중반에는 많은 투자자와 트레이더들이 휴가를 떠나 통상 가장 조용한 거래 기간이다.

BMO 캐피털 마켓의 그레고리 앤더슨 외환 전략 글로벌 대표는 "전반적으로 꽤 조용한 하루였다"며 "유로와 파운드가 상승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특별히 긍정적인 소식은 없었고, 시장은 두 통화에 대해 상당한 매도포지션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43달러(0.8%) 상승한 54.9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미·중 무역전쟁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유가가 지난주 한때 전고점 대피 20% 이상 떨어지는 등 최근 낙폭이 컸던 만큼 저점 인식도 제기된다.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는 지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중국과 무역 협상을 체결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오는 9월로 예정된 양국 고위급 회담도 취소될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중국은 달러-위안 거래 기준 환율을 꾸준히 올려 잡으며, 위안화 절하에 대한 압박이 여전하다.

골드만삭스가 무역전쟁의 충격이 예상보다 크다며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8%로 내리는 등 경기 둔화 우려도 여전하다.

이는 원유 수요 둔화로 이어지는 요인이다.

홍콩의 시위가 격화하는 등 위험자산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요인들도 더 증가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한대 40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등 시장 전반이 불안하다.

유가도 이에 따라 장 초반에는 하락세를 나타내기도 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이 나타났다.

다만 유가가 지난주 초 등 최근 가파르게 하락한 만큼 저점 인식도 강화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유가 급락에 대응해 추가로 생산량을 줄일 것이란 기대도 부상했다.

원유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주장도 나왔다.

쿠웨이트의 에너지부 장관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과장됐다"면서 "글로벌 원유 수요는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며, 원유 재고가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산유국의 추가 감산 등이 향후 유가의 방향을 가르는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베른스테인 에너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만약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단순히 2020년으로 감산 기간을 연장한다면 유가는 현 수준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면서 "만약 유가 배럴당 60달러 선을 방어하고자 한다면 OPEC은 하루 평균 100만 배럴가량을 추가로 감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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