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외환당국의 원화 사수하기
[데스크 칼럼] 외환당국의 원화 사수하기
  • 한창헌 기자
  • 승인 2019.08.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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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이 마지막 보루다' 두 번째 이야기



(서울=연합인포맥스) 일단 큰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3년여만에 1,200원대를 넘어서기는 했지만, 우려했던 패닉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중국 위안화의 상단이 열린 터라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할 레벨로 인식되고 있다. 환율 상승 속도의 문제이지 특정 레벨의 문제는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달 초만 해도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까지 재점화했다. 주가는 급락했다. 코스닥시장은 패닉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폭락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원화 환율도 치솟았다. 지난달 말 1,170원대에 불과했던 달러-원은 일주일 새 30원 넘게 급등했다. 지난 5일에는 장중 1,22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외환당국의 개입 타이밍이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다. 달러-원이 1,220원을 넘어선 직후 당국은 외환딜러들의 '최애' 금융매체인 연합인포맥스를 통해 구두 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현재 환율 움직임을) 비정상적으로 본다"며 "너무 빠른데 이는 시장 원리에 의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이렇게까지 움직일 이유는 없다"면서 시장 안정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공식적인 구두 개입은 아니었지만, 1,220원을 웃돌던 달러-원을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에도 고위 당국자들이 개입성 발언을 쏟아내며 지원 사격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어떤 움직임에 의할 경우 정부가 파인튜닝(Fine tunningㆍ미세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외환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는 한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국의 구두 개입과 동시에 실개입 물량도 꾸준하게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내외 여건상 환율 상승 요인이 넘쳐남에도 시장 개입성 달러 매도 물량으로 속도 조절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외환 딜러들은 당국에 대한 경계 심리를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롱 플레이'에 나섰다가도 어느 순간 '언와인딩' 압박을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이 원화 사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계속 내보이면서 시장 스스로 자정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외환당국의 방어 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여전히 원화의 추가 약세를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서 촉발된 한일 무역전쟁과 더불어 홍콩 시위 격화, 중국 위안화의 뚜렷한 절하 추세는 코앞에 닥친 위협 요인이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 추세는 환시 수급에 적잖게 부담이 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원화의 추가 약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의 원화 사수 의지와 맞물려 적어도 우리 경제가 침체를 넘어 위기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려야 한다. 정부와 통화당국의 전방위 대책이 계속해서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위기라고 하다 보면 정말 위기가 온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발언대로 경제 주체와 시장의 심리 안정을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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