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초장기 국채금리가 역대 최저치에 가깝게 급락했다. 30년 금리가 1%대 진입을 눈앞에 둔 것으로,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시장 전체가 중요한 이정표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30년 국채금리는 전장대비 12.7bp 하락한 2.13%에 장을 마쳤다. 지난 2016년 7월 기록한 역대 최저치(2.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의 국채 규모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부재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완화 기대 등이 작용한 결과다.

30년 국채 금리는 지난해 11월 수 년 만에 최고치인 3.46%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연준이 금리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지난달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꾸준히 하락 압력을 받았다.

10년 국채금리는 1.64%로, 역대 최저치보다는 약 40bp가량 웃돌고 있다.

이처럼 초장기 금리가 유독 하락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의 기대인플레이션율(BEIㆍBreakeven Inflation Rate)은 지난 주말 1.66%까지 내려앉았다. BEI는 명목 국채 금리에서 물가연동국채 금리를 제외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장기 채권은 단기물보다 인플레이션에 더욱 민감하고, 이 때문에 장기 채권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물가 압력이 식어버릴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일본은행(BOJ)이나 유럽중앙은행(ECB)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의구심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평가했다.

UBS 자산운용의 비나이 판데 트레이딩 헤드는 "연준은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기대 수준과 싸워야 하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BMO 캐피탈의 조너선 힐 금리 전략가는 "30년 금리의 하락세는 무역 긴장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성장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30년 국채에서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금리는 지난 2013년 이후 최저치 수준에 근접했다"고 덧붙였다.

실질 금리는 대출 기관의 자금 조달 원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경기 비관이 커질 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힐 전략가는 "30년 국채 금리가 역대 최저치에 근접한 것도 경기 둔화기에 연준이 자산 매입을 재개할 것이란 잠재적 기대치가 반영된 것"이라며 "채권시장은 금리 하락이 엄연한 현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장기 국채의 랠리는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국채 수요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판데 헤드는 "일본과 유럽의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부채와 자산 만기를 맞춰야 하는 유동성 넘치는 투자자들은 투자할 곳이 없어 자국 채권시장을 빠져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급증하면서 더욱 심각해지는 현상으로,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수익률 상에서는 채권을 만기까지 가지고 있어도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RBC 자산운용 등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는 150억달러를 넘어섰다.

판데 헤드는 "미국 국채는 무위험 자산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으면서 양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장"이라며 "유럽과 일본 투자자는 달러채권을 매입할 때 많은 헤지 비용이 들지만, 이를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투자 수요로 미국 달러화도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달러지수는 올해 들어 약 1.3%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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