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이 오는 9월부터 중국에 부과하기로 한 관세 일부를 연기하기로 한 것이 중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은 아니라고 캐피털 이코노믹스(CE)가 진단했다.

CE의 앤드류 헌터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3천억 달러 어치 중국산 수입품의 절반 이상에 대해 관세 부과를 3개월 연기한 것은 연휴 시즌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피하려는 것"이라면서 "무역 긴장이 완화했다는 신호로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관세 연기로 당초 3천억 달러어치 제품 가운데 절반이 넘는 1천520억달러어치 제품에 대한 관세가 12월 중순으로 미뤄지게 됐다.

헌터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유예 품목이 휴대폰과 노트북, 게임 콘솔, 장난감 등이라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휴 쇼핑시즌을 앞두고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통해 이번 관세 유예를 끌어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애플은 휴대폰 관세 연기의 핵심 수혜자로 아이폰 새 모델은 보통 9월에 나온다"고 말했다.

미국이 관세를 연기하기로 한 것이 쇼핑 시즌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중국과의 합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헌터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지난 수 주 동안 양국간 긴장이 급격하게 고조됐지만 최근 중국 관리들에 따르면 양국은 여전히 다음 달 워싱턴에서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중국 협상단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일시적인 관세 유예 카드를 쓴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헌터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다만 양국 입장의 근본적인 차이를 고려하면 휴전이 오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헌터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긴장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커졌다 줄었다 할 것이며 이는 시장에 추가적인 변동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다만 지속적인 긴장 고조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에 소비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미국 정부가 1천500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최종 소비재의 관세를 추가로 인상하기보다 중간재 수입품의 관세를 25% 이상으로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 연기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몇 달 늦춰지고 위안화가 큰 폭으로 절하되면서 하반기 미국의 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소폭 높아질 수 있다고 헌터 이코노미스트는 예상했다.

그는 연준의 완화 근거가 다소 약해졌지만, 연준 관계자들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시장을 불안하게 할 위험을 무릅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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