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KDB생명 매각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유력한 잠재 인수 후보자로 우리금융지주가 거론되고 있다.

KDB생명 매각 의지가 강한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다면 정부의 잔여지분 매각을 앞둔 우리금융이 정무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계법인과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를 배포한 산업은행은 조만간 매각 주관사를 확정하고 매각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KDB생명 매각 방침을 확정한 산업은행은 그간 국내 금융지주 등에 비공식적인 물밑 접촉을 이어왔다.

업계에선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가능성을 점쳐왔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오렌지라이프(舊 ING생명)를 인수해 생명보험사 추가 인수 가능성이 없는 데다, 하나금융지주는 해외나 비(非) 보험사 매물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서다.

KB금융은 인수합병(M&A) 최우선 대상으로 생명보험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유로 KDB생명의 잠재 인수 후보군에 오르내렸는데 산업은행의 비공식적인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0위권 밖인 KDB생명이 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더라도 더 큰 매물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공식적인 제안이 온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에 이어 국제자산신탁까지 사들여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쓰고 있는 만큼 업권에 대한 스터디 차원에서라도 들여다보겠다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러브콜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우리금융의 태생적인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게 IB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는 내년 3월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18.32%를 순차적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를 위한 절차인데 지분 매각을 주도하는 금융당국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2010년 금호생명을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6천500억원에 인수한 산업은행은 추가 대출과 유상증자까지 더해 1조1천500억원가량을 KDB생명에 쏟아부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투자금 회수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신경 쓰이는 일이다.

KDB생명 매각을 둘러싼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내년부터 가시화하는 보험산업의 자본 규제 아래 오랜 시간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KDB생명을 알짜 매물로 보는 곳은 없다. 장부가는 1조원이 넘지만, 업계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를 적용해 적정 인수가는 5천억원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금융이 실제로 KDB생명을 사들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최소한 인수전의 입찰 흥행을 위해서라도 우리금융이 일정 부분의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원매자에 대한 사전 접촉 없이 진행되는 M&A는 없고 이 회장이 워낙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며 "주식교환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인수가를 크게 낮춘다면 금융지주가 자금을 이유로 못 들어올 이유는 없다. 모든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로 09시 39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인포맥스 금융정보 서비스 문의 (398-5209)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