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현미와 홍남기
[데스크 칼럼] 김현미와 홍남기
  • 고유권 기자
  • 승인 2019.08.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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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결국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는 칼을 꺼내 들었다. "고민을 더 해보겠다"며 군불을 지핀 지 두 달 만이다. 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은 치열했다.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갑론을박도 벌어졌다. 대세에 지장은 없었다. 여당 일각과 기획재정부의 신중론도 묻혔다. 그래서 김현미 장관의 '완승'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고분양가로 집값을 들썩이게 한 '주범'으로 꼽힌 강남 재건축 단지는 벌써 난리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을 '최초 입주자모집공고'로 못 박으면서 규제를 피할 곳으로 보였던 단지들도 소급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산권 침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후분양을 검토했던 단지들은 시뮬레이션까지 돌려보면서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시나리오별로 향후 시장 전망을 내놓기 바쁘다.

하지만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규제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한다. 그 중심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있다. 국토부가 당정협의를 마치고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하겠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날 홍 부총리는 다른 목소리를 내놨다. 7월 초부터 세 차례에 걸쳐 장관급 협의를 했다고 밝히면서도 관계 부처 간 별도 판단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토부가 내놓은 방안이 '확정본'이 아니라며 부인한 셈이다.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할 수도 있는 방향은 잡았지만, 실제로 할지 말지는 더 협의해 보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추후 논의를 통해 어느 지역에 적용할지를 확정하겠다고 밝힌 국토부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10월 초쯤 예정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판이 나겠지만, 기재부는 '적용 여부'에, 국토부는 '어느 지역'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어쩌겠다는 것인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정책 당국자 사이에서 나오는 엇박자의 메시지는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 규제 발표 다음 날부터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료를 내리 내놓고 있다. 제목도 '팩트 체크'다. 사실상 규제를 시행할 것임을 전제로 한다. 김현미 장관도 지난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똑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과거 참여 정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 시장이 안정됐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규제를 모두 풀면서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경기도 나빠졌다는 논리를 댔다. 그러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기로 했다"며 규제 시행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반복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도 "부동산 정책 퍼즐의 비어있는 한 자리를 채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정책 총괄 부처인 기재부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고 한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인한 경기 활력 저하 우려때문이다. 2%대 경제성장률 방어도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서 건설경기까지 더 쪼그라들면 경기 활력 제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도 정부가 대책을 발표한 이후 이러한 엇박자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전에 충분히 협의해서 명확한 대책을 내놔야지 먼저 던져놓고 추가로 협의하겠다고 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메시지의 엇박자는 결국 메신저 간 문제로 확장된다. '정치인' 김현미와 '늘공' 홍남기의 알력 다툼이란 상상으로까지 연결된다. 사실 그간 이러한 엇박자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지난 5월 국토부가 3기 신도시를 지정해 발표할 때 국토부와 기재부는 고양선과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장 구간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당시 김현미 장관은 "기재부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두 부처가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정리해 버렸다. 한 달 뒤 버스 준공영제 문제를 둘러싸고도 정부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기재부의 입장은 김 장관의 '뚝심'에 무너졌다. 표피적인 모습만 보면 경제사령탑 홍남기 부총리는 번번이 '불도저' 김현미 장관의 입장을 따라간 셈이다. 김현미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인 고양에서 출마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연말 개각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 점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이 어떤지, 정치적 지형이 어떻게 될지 여부가 변수가 되겠지만, 그러한 전망 자체가 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현재의 부총리는 홍남기이고, 국토부 장관은 김현미다. 몇 달 뒤 상황에 대한 관측때문에 정책적 엇박자가 지속하는 것은 불운이다. 시장이 혼란스럽지 않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기업금융부장 고유권)

pisces73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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