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일본 주요 경제지인 닛케이 아시안리뷰는 최근 한국과 갈등이 커진 주요 배경은 한국에서 일본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매체는 14일 논평을 통해 "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 징용 판결과 관련 일본 정부의 회담 요청에 한국이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은 지난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에 위반되고,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한국에 (판결 관련) 회담을 요청했지만 한국이 이를 무시했다는 게 닛케이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이런 진지한 노력에 한국이 테이블에 나오지 않은 것은 간단히 말해 한국에서 일본의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 관계자와 한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양국 관계를 악화하는 외교적 역학 관계에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중요한 변화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다.

중국이 한국에서 일본보다 더욱 중요한 무역 상대가 됐기 때문으로, 중국은 지난 2001년부터 이미 한국 내 무역 비중이 일본을 추월했다. 중국은 2003년 들어 미국도 제치며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 됐다. 지난 2007년부터는 미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 더욱 많은 한국 수출품을 중국이 수입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 수출 비중은 중국이 26.8%인데 반해, 일본은 5%에 불과하다.

닛케이는 "양국 외교통에 따르면 한국이 일본의 경제 의존도가 줄어든 데 따라한국은 점차 일본에 무신경해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두 번째로 북한의 핵 개발이 계속되면서 양 국간 입장 차이가 급격히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미국과 협력해 엄격한 경제 제재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지만, 한국은 핵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화해를 추구한다고 분석했다.

중국도 남북의 화해를 지지하기 때문에 대북 문제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중국이 더욱 중요한 외교적 파트너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세 번째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더욱 많은 한국인들이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불공평하게 바라본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런 구조적 배경들 때문에 역사 문제가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심각한 갈등으로 번지게 됐다는 게 이 매체의 진단이다.

닛케이는 이어서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본이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한국 사람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국 갤럽의 지난달 설문에 따르면 일본에 호감을 갖는다는 한국인은 12%로, 지난 1991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다.

닛케이는 "그런데도 일본인에 대한 우호적 감정은 여전히 높은 41%"라며 "한국인은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매체는 서울 중구가 일본제품 보이콧을 장려하는 현수막을 달았다가 많은 대중의 반대로 제거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닛케이는 "일본은 미국의 영향력을 활용해 삼자 회담을 통해 한국이 중국과 북한에 대한 잘못된 정책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일본과 한국의 갈등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도 해롭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중국과 무역 의존도를 줄이면서 일본의 경제적 중요성이 커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닛케이는 "이것은 분명히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 참여를 제안하는 게 좋은 출발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체는 "실제 양국은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역사의 상처로 친한 친구가 되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최소한 정상적으로 안정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에 실패할 경우 수혜를 보는 곳은 지역 내 미국 동맹의 붕괴를 원하는 북한, 그리고 동북아시아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일 것"이라며 "이는 한국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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