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전문투자자 과잉 구제 논란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선진국 국채금리 하락 파장에 따른 은행권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손실에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은행권 불완전판매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자칫 파생상품시장 위축은 물론 전문투자자 기준을 완화해준 당국의 방침도 퇴색될 수 있다고 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9일 "이번 DLS사태는 금리 예측 방향이 엇갈리면서 손실이 커졌으나 파생상품 관련해 투자자 보호 중심의 정책 대응을 할 경우 자칫 DLS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며 "특히 DLS 투자자들 중 1억원 이상의 전문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해서도 당국이 구제에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이번 은행권 DLS 투자자들의 전문투자자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개인 전문투자자들을 일반 개인 투자자와 동일 선상에서 당국이 불완전판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간의 파생상품시장 위험 투자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위가 지난달 고위험 투자에 대한 감내 능력이 있는 전문투자자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히면서 지난해말 1천950명이던 전문투자자는 앞으로 35만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전문투자자 요건은 투자 경험과 손실감내, 전문가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투자 경험은 금융투자상품 계좌 최근 5년간 1년 이상 유지, 초저위험(국공채, MMF,RP) 상품 제외 잔고 5천만원 이상(월평균 잔고 기준) 보유 경험이 있을 것, 손실 감내는 연소득 1억원 이상 개인(부부 합산시 1억5천만원), 순자산 5억원 이상(거주주택 제외), 전문가는 금융관련 전문지식 보유자 등이다.

증권업계에서 기본적으로 1억원 이상의 자산을 위험등급이 높은 상품을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공격적 투자 성향을 보유할 뿐 아니라 상품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S는 특히 기초자산의 위험수준이 높은 상품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균등만기채권의 금리차인 CMT스프레드(Constant Maturity Treasury Spread)를 활용하는 상품은 전문 트레이더들조차 위험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함부로 DLS를 권유했다면 문제가 큰 상황"이라며 "2005년에 유로 10년, 30년 CMT스프레드가 무너졌을 때 유럽 은행들이 수억 유로씩 손실을 보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CMT는 헤지가 잘 안되는 점이 문제인데 증권사들이 중간에서 판매수수료만 챙기고 한국 개인이 CMT 숏을 가준 듯하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자칫 이번 DLS사태로 파생상품에 투자한 전문 투자자들에도 불완전판매가 적용될 경우 앞으로 투자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내놓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투자자는 말 그대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자인 만큼 일반 투자자와 구별이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선을 그었다.

사모펀드의 경우 주로 1억원 이상 투자하는 경우가 많고, 투자자가 직원보다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성을 지닌 투자자들을 불완전판매 대상으로 구제해 줄 경우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는 주장이다.

이번 DLS상품이 위험상품이기는 하지만 대규모 손실에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방향이 갑자기 바뀐 영향도 컸다.

올해초만 해도 통화정책이 미국 금리인상을 중심으로 위쪽을 바라보다 갑자기 금리인하로 선회하면서 이른바 전문가들조차 전망이 틀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즉, 파생상품에 투자하면서 베팅한 것과 다른 돌발상황이 생긴 점도 손실의 배경이 된 셈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1~2월만 해도 미국 금리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금리 하락 가능성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중 무역협상 관련 트위터에 변동성이 커진 이후 시장 분위기가 금리인하 쪽으로 급격히 돌아서면서 금리 연계 상품들이 손실을 입게 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에서 5월 이전에 금리 연계 상품을 팔 때는 금리인상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괜찮았겠지만 5월 이후에 팔 때는 금리인하 여부도 충분히 고려해 팔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탁결제원이 지난 7월에 집계한 바에 따르면 상반기 파생결합증권(DLS) 발행액은 15조원. 전년동기대비 10.3% 늘었다. 이 중 금리연계 DLS는 약 5조3천억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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